건설업계,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돈맥경화'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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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업계 1위 쌍용C&E, 신탁사 1위 한토신, GS건설·대보건설·한신공영 등
지난해 주택 착공 43.4% 감소···건설 경기 둔화로 재무안정성 대부분 악화
"대출 만기 돌아오는데 건설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어 회사채 발행 부담돼"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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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기로 들어선 가운데 올해 건설업계에서 다섯 번째 신용등급 하락이 발생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곧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현재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건설 기업들은 돈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쌍용C&E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이달 6일 잔여 지분 자사주 20.1%(1억25만4756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쌍용C&E는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약 335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1800억원의 추가 단기차입을 진행했다. 

문제는 안그래도 환경 투자, 생산 공사, 대규모 배당지출 등으로 쌍용C&E의 차입금 부담이 심화하던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2023년 130.5%였던 회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1월 180.1%로 뛰었으며, 차입금의존도도 지난해 말 39.3%에서 연초 46.2%로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 쌍용C&E의 현금성자산이 1384억원으로, 연내 회사채 만기도래(2250억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짚었다.

쌍용C&E 관계자는 "보통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진다"며 "그러나 이번엔 회사의 재무 건전성·신용도를 높이고, 주가가 저평가 돼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매입·자회사로 편입 관련 차입이 이뤄진 것으로, 이번 신용등급 조절에 대한 영향은 이후 진행 상황을 더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쌍용C&E의 재무안정성 악화 배경이 단순 공개매수 영향때문이 아니라, 시멘트 부문 수익성 악화, 결국 건설 경기 둔화 탓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38만8891세대)이 직전연도 대비 25.5% 감소했고, 신규 착공 물량도 같은 기간 43.4%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신평은 신탁사 자산총계 기준 1위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이는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 방식의 사업이 건설 경기 둔화로 부실해지면서, 관련 대출채권 손실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한토신이 지분을 보유한 HJ중공업과 동부건설에 대한 잠재적 지원 부담이 늘어난 점도 악영향을 줬다.

한토신은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그로 인한 자본 조달력 약화를 몸소 겪었다. 지난달 총 10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량이 380억에 그치는 미매각이 난 것이다. 최근 연내 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회사채가 인기를 끌었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부동산 관련 투자심리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회사채는 이달에 완판됐다. 

이어 한신평과 나이스신용평가는 GS건설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씩 내렸다.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GS건설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 능력, 투자심리에 대한 부정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고, 일부 지방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 등의 사유에서다.

회사의 지난해 신규 수주 금액은 10조1840억원으로 2022년보다 36.6% 줄었는데, 국토교통부의 9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실현될 경우 올해 예고된 여의도와 목동, 압구정 등 서울의 굵직한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해 향후 회사의 주택부문 실적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대보건설도 GS건설과 같은 사유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으며 한신평의 무보증사채 신용 등급전망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한신평은 대보건설의 경우 대구 신서 '하우스디어반 메가시티' 오피스텔 사업 등 공사비 회수가 미뤄진 상황에서 자체 자금 선투입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대보건설의 등급전망이 '안정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주력 사업인 공공공사 중심의 안정적인 수주 여건 지속△영업이익률 관리 등의 방안을 꼽혔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2.1%로, 2022년 누적 영업이익률 2.5%에 이어 저조한 수익성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 한신평은 지난달 수시평가를 통해 한신공영의 회사채 등급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울산 신정동, 양산 평산동 등의 도급사업장 등 분양 사업장들의 분양 실적 부진으로 공사대금 회수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토지 매입 대금을 갚기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것이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신공영은 차환 자금 마련 사유로 지난달 연 9.5% 금리의 1년 만기 5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돌아오는 만기 회사채는 2021년 발행했던 P-CBO 500억원(3월 150억원, 4월 150억원 11월 200억) 규모다. 해당 건 발행금리가 연 2.1~3.1% 인 점을 고려하면 2%대 회사채를 9% 금리로 차환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과 동일하게 P-CBO 제도를 이용하면 해당 건은 연 4~5% 금리로 차환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선 이 같은 신용등급 하락이 곧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켜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해 지난 2년 동안 채무를 늘리며 버텨왔다"며 "대출 만기는 계속 돌아오는데 현재 건설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어 회사채 추가 발행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이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대출을 줄이고, 대금이 회수 가능한 사업장을 선별수주 하는 등 재무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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