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전문가→재무통'···건설CEO 포트폴리오도 바뀐다
'주택 전문가→재무통'···건설CEO 포트폴리오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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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시장 침체, 수익성 악화···'관리‧신사업형 리더' 부각
포스코이앤씨‧GS건설 등 CEO 교체···재무구조 개선‧위기 대응
연임한 기존 CEO들도 사업 관리 집중‧해외 신사업 비중 강화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호황기 건설업계를 이끌어 온 '주택 CEO(최고경영자)' 시대가 저물고 재무통의 '관리형 리더'나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이끌 수 있는 오너가(家)가 경영 일선에 하나둘 등판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 등에 따라 수익성이 급락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발 유동성 불안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경영 전략을 선회하고 나선 영향이다. 특히 기업 쇄신을 위한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한 기존 CEO들 역시 국내 주택사업보다는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고부가가치 해외 신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가까이 국내 부동산 호황기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 특화 CEO를 선임하는 흐름도 최근 변화하는 추세다. 과거 주택사업은 해외 토목, 플랜트, 교량 건설과 비교해 변수와 투입비가 적고 PF 대출 등을 통해 자금 조달 및 관리가 가능한 데다 단기간 실적을 내기 쉬운 특징에 따라 건설사 주요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 받았다. 

이에 2013년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을 필두로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CEO' 시대가 열렸고, 이 같은 흐름은 부동산 광풍이 불던 2020년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윤영준 사장과, 한성희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2013년 비(非)건설인 출신으로선 이례적으로 GS건설 사장에 오른 임병용 부회장은 2012년 약 11.9%에 불과하던 주택사업 비중을 2017년 연간 매출의 절반을 넘는 56.9%(주택사업을 포함한 건축부문 매출)로 끌어올렸다. 2022년 기준 국내 건축‧주택부문 매출 비중은 66.5%에 달한다.

주택사업본부장 시절 주택 브랜드 관리에서 두각을 드러낸 윤영준 사장은 대표이자 자리에 오른 뒤 반포1·2·4주구, 한남뉴타운3구역 등 조 단위 수주에 성공하며 현대건설을 국내 주택사업 최강자로 이끌었다. 사내 홍보실장 출신으로 마케팅·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한성희 사장 역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2022년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정비사업에서 4년 연속 4조원 이상 수주액을 기록,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설사 경영 전략에서 변화가 읽힌다. 최근 2~3년 새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속에서 건설사 평균 원가율이 90%을 넘어섰지만 급등한 건설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수주한 매출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신용등급 AA부터 BBB등급까지 각 등급군에 속한 건설사의 합산 매출액은 모두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감소하면서다. 개별 건설사로 봐도 등급 BBB- 이상 16개 건설사 전체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14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국내 건설업황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국내 부동산의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택 부문의 외형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향후 분양이늘어나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임을 감안하면 추세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고 주택부문 원가율 역시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주택 특화 중심의 CEO 포트폴리오도 경영‧재무 관리, 해외‧신사업 등 중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상 최대 매출과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이끌며 연임이 예상되던 포스코이앤씨의 한 사장의 교체가 눈길을 끈다. 포스코이앤씨 CEO는 지난 2월 포스코그룹 사장단 인사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과 대표를 지낸 전중선 사장으로 교체됐다. 전 사장은 그룹 내에서 경영전략과 관리에 능한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해 크게 악화한 수익성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은 10조16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2010억원으로 전년대비 35%가량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률은 2%에 불과했다. 실제 회사는 최근 주택시장이 부침을 겪는 데다 회사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주택을 포함한 건축부문 비중을 2020년 58.6%에서 2021년 50.6%, 2022년 42.7%까지 점차 줄여가고 있다. 

특히 새 대표 선임과 맞물려 보다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단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까지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여온 것과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회사는 대우건설과 시공권 경쟁이 예상되던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에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 조합이 제시한 조건과 여러 가지 사업성을 고려한 결과 불참을 결정한 것일 뿐, CEO 교체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여러 악재로 어려움을 겪은 GS건설은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해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오너가 인물이 직접 경영에 나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신사업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임 부회장 사임 이후 CEO로 선임된 허창수 회장 장남 허윤홍 사장은 지난달 허 회장의 주식 200만 주를 증여받아 GS건설 2대 주주에 올랐다. 2013년부터 미래혁신대표를 맡아 모듈러, 수처리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 전략을 주도해왔으며 연구개발(R&D) 인력 300명이 상주할 서초구 소재 사옥의 리모델링을 추진한 허 사장은 장기적인 안목의 R&D 및 신사업 투자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임에 성공한 기존 CEO들도 리스크 관리와 내실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잇단 중대재해사고 발생으로 '연임 위기설'이 돌았던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의 경우 관리형 리더로서 입지를 지켜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출신으로 마케팅전략 전문가로 통하던 마 대표는 엄격한 사업 관리와 보다 앞선 선별 수주 전략 등에 따라 건설사 중 PF대출 관련 위험이 가장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올해 S-Oil 샤힌, 러시아 BCC 폴리머, 미국 골든트라이앵글, 싱가포르 스프링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 플랜트사업에서 매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올해 수주는 그동안 기조대로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해 진행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주택보다는 토목이나 플랜트 등 비중을 더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내며 자리를 지킨 윤영준 대표는 주택사업본부로 주택 분야 전문가로 주목 받기 이전 국내 현장과 재경본부에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용 관리에도 강점을 지녔다. 이에 따라 주택 사업은 물론, 해외 신성장 사업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5일에는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 영국 밸푸어 비티(Balfour Beatty), 모트 맥도널드(Mott MacDonald)와 영국 원자력청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선정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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