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1년上] 돈줄 막힌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여전
[레고랜드 사태 1년上] 돈줄 막힌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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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지난해 10월, 강원특별자치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크레디트 시장 충격이 본격화됐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다.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건설업계 자금줄이 막히며 악화된 건설사들의 재무 건정성은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불안을 겪은 건설사들의 현황과 함께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 등 정책적 노력을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 기조로 전환한 데다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며 건설자금 대출 및 차환 리스크가 확대된 상태다. PF 부실로 자금줄이 막힌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및 폐업이 이어졌고, 이 같은 자금난과 재무 건전성 위기는 도급순위 상위권에 속하는 대형건설사 역시 피하지 못한 형국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 경색 하에서 돈줄이 막힌 건설사들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금리 상승세에 불확실한 경기 전망 등으로 금융기관의 자금줄이 말라붙으며 PF 대출 고금리 부담이 더해졌다. 대형 건설사가 준공을 확약한 PF 사업장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올초만 하더라도 연 6~8% 수준이었는데 최근 들어 연 10% 이상까지 치솟았다. 

최근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의 본PF 대출로 6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PF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연 10.5% 수준에 달했고,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의 울산 사업장 차주도 본PF 자금 조달을 위해 선순위 투자자들에 연 10% 안팎의 금리로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 자체도 줄지 않고 착공·분양이 지연되면서 기존 우발채무가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한국신용평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보증이 존재하는 15개 건설사의 합산 금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한 27조7000억원(정비사업 포함) 수준이다. 이 중 23%가 3개월 내, 39%가 3∼12개월 내, 60% 이상이 1년 내 만기에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도급사업 PF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태영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까지 5곳이나 된다.

특히 작년 말부터 자금난 우려에 따른 위기설에 부도설까지 나왔던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재무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자체 사업 비중이 높아 PF보증 규모가 큰 태영건설의 경우 연결기준 도급사업 PF보증 규모는 2020년 말 1조3000억원 수준에서 2023년 8월 말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실질적인 자체사업인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PF보증을 포함한 별도기준으로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신용 우려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상반기 정기평가를 통해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이 가운데 회사는 PF 우발채무 감축과 자금 조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 태영건설은 올해 초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 규모 장기 자금을 지원 받고,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부동산 자산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900억원 확보 등 잇따라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졌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그룹 내 핵심 물류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1319억원) 매각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재무안전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 말 2500억원의 회사채와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총 45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초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PF 관련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같은 자금 확보를 통해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5980억원에서 1조8886억원으로 215.8% 늘었다. 올해 6월 말 현재 차입금은 2조8510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26.8%(1조459억원)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65%에서 228%로 37%포인트(p) 감소했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며 7000억원 가량(채무)을 덜었고, 아직 부채가 있긴 하지만 회사의 현금보유도 2조원 가까이돼서 부채 대응력이 있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도급순위 10위권 안팎의 대형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과중한 재무 부담을 지속하면서 하방 압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지분투자 및 운전자본투자 증가에 따른 자금 순유출, 연결 자회사의 차입금 편입 등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2020년말 1조1000억원에서 2023년 6월말 기준 4조4000억원까지 증가하면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경기 불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안전사고와 관련해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GS건설은 1조6000억원의 PF보증 중 대부분이 미착공사업이고, 과반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경기 부진 장기화 시 우발채무 부담이 커질수 있고, 최근 안전사고와 영업정지 처분 등 불확실성이 커 유동성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자체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최소 1조~3조원대에 달하는 대형건설사들은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중소 건설사들의 재무 환경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실제 한신공영과 신세계건설, HJ중공업 등 3개 건설사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은 영업이익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 중 신세계건설과 HJ중공업의경우 2022년 말 연간 기준으로도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친다. 

특히 올 들어 범현대가의 HN Inc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인 대창건설에 이어 시공능력평가 113위 신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5% 수준인 국원건설까지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건설사 줄도산을 우려하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 건설업계 경영 위기 현실화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수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공사비가 예정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로, 금융기관들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면서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기한 도과에 따른 PF채무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다수 중소건설사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준공이 집중될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중 다수 중소건설사가 도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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