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1년下] 얼어붙은 PF시장···정부, 부실막기 위해 안간힘
[레고랜드 사태 1년下] 얼어붙은 PF시장···정부, 부실막기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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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PF대출 경색 해소하고자 총 200조 투입
유동성 공급에도 늘어난 PF대출·연체율·우발채무·신용보강 규모
시장 회복까지 우선 '금융지원'에 초점···"분양 문제 선해결 필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강원특별자치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크레디트 시장 충격이 본격화됐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다.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건설업계 자금줄이 막히며 악화된 건설사들의 재무 건정성은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불안을 겪은 건설사들의 현황과 함께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 등 정책적 노력을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업은 회사의 자금은 금융기관, 분양성과는 정부 정책에 달려있고 원가마저 회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인 산업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1년간 건설사·정부·금융기관이 공조해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으나, 업계의 회복을 위해선 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업계로 확산된 PF우발채무(시행사 부도 등으로 건설사가 떠안게 되는 PF대출 채무) 리스크는 ABCP(부동산 관련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기업어음) 금리를 급격히 상승시켰고,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차환이 용이하지 않았다. 결국 PF대출이 막히면서 중견 건설사였던 우석건설과 동원건설 등이 지난해 부도 처리 됐다.

사태가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야기하자 정부는 PF 대출 경색 해소를 위해 자금을 투입했다. △부동산 PF 사업장 보증 지원 15조원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16조원 △미분양주택 대출보증 5조원 등 당초 총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계획했으나, 최종적으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약 50조원, 한국은행이 약 42조5000억원, 5대 금융지주가 95조원으로 약 200조가 투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지원에도 건설사들의 자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0조3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3조1000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1.19%에서 2.17%로 상승했다. 건설사들의 PF우발채무는 레고랜드 사태 전인 2022년 6월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에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주요 건설사의 2023년 8월말 기준 PF관련 신용보강 규모는 22조8000억원으로 2022년 6월말(18조원) 대비 약 29% 증가하였다. '신용보강'이란 다음 차환에 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기 위해 보강해야 하는 자금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는 자금보다 분양 문제가 선해결돼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PF 대출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9월까지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은 연간 공급 계획 물량(25만8003가구)의 44% 수준인 11만3103가구에 그쳤고, 연말까지 남은 민영아파트 물량은 8만여 가구가 예상된다. 인허가 착공 감소로 향후 2~3년 뒤에 입주 물량은 더 줄어들어 주택 시장에서 부터 발생하는 수익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권 교수는 이어 "정부가 유동성 공급 기조를 지속하면서 가계 부채도 같이 증가했다.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결국 금리를 인상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미분양 주택이 또 증가하게 된다"며 "미분양이 증가하면 결국 공사대금 회수가 안되고 회사들이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게 돼 자금난이 가중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원가율 상승도 건설업계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8만원 수준이던 레미콘 매입 단가는 올해 상반기 ㎡당 8만8000~8만9000원으로 뛰었다.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 가격도 7월부터 톤당 평균 11만9600원으로 올라 지난해보다 50% 이상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잿값 급등이 자금난을 가중해 건설사들의 심리가 위축된 것"이라며 "(PF지원은)일시적 자금난은 해소되겠으나 공사 착수가 안된다면 장기적으로 업계 침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9.26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우선 PF 대출 보증 규모를 기존 15조에서 25조원으로 확대했다. 건설사와 사업성 있는 정상 PF 사업장 중심으로 정책·민간 금융기관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의도다.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은 사업 재구조화에 필요한 신규자금도 지원하는데, △만기연장 △이자유예 △채무조정 등 '대주단협약'을 했다. 8월까지 187개 사업장에 적용됐고 152개 사업장에서 재구조화가 진행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서울 파이낸스와 통화에서 "차후 시공사의 자기 자본, 도급 순위, 신용 등급 등 심사 기준도 완화해 PF 금융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라며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때까진 우선 돌아오는 PF만기 등을 연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승한 원자잿값에 대해선 "레미콘,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계속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또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주택 규제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 전매 제한 기간을 단축했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부세를 포함한 세부담도 현재 완화됐다.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이 가계부채 증가를 만든다는 의견도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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