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PF발 '돈맥경화'·미분양 공포까지···건설업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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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부실 우려에 자금 경색 심화···건설사 유동성 위기
전국 미분양 주택 3.3만 가구···건설 체감경기도 급락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 하락, 미분양 확산 등 분양시장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자금시장까지 경색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아파트 수주를 늘리며 남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건설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PF 부실 가능성이 현실화하며 사업성이 낮고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과 중소·중견 건설사 사업장부터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 호황기에 시중 유동자금이 개발사업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확대됐던 부동산 PF의 부실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PF 대출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자금마련 수단으로, 금융권이 사업의 미래가치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것을 금융기법을 말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조합 및 시행자가 시공사 보증으로 PF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고, 투자받은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초래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PF 보증을 선 시공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위험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PF 대출채권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약 7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ABSTB)의 만기일을 앞두고 새 어음을 발행해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를 모으지 못했다. 이에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예정이었지만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차환에 성공했다.

둔촌주공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건설업계가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업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기존 수주 사업들이 시장 악화로 지연되면서 PF 보증이 건설사 부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올 6월 말 한국신용평가(KIS) 신용 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20곳의 PF 보증 규모는 18조원으로 2018년 말(12조원)보다 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기업평가(KR) 신용등급을 보유한 17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총규모(채무 인수 제외)도 15조8000억원으로 2018년(13조5000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우발채무는 당장은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일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부채로 전환되는 만큼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PF발 자금 경색 위기가 일부 건설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우발채무는 약 6조7000억원(정비사업 관련 1조2000억원 포함) 규모로 올해 말까지 약 3조10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최근 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했다. 일반대출, 담보차입 등으로 1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자체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최소 1조~3조원대에 달하는 대형건설사들은 당장 필요 자금을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PF 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498.8%)이 500%에 육박하는 태영건설, 자기자본(6000억원대) 대비 PF 우발채무(약 3800억원)가 큰 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해 한신공영, 아이에스동서, 신세계건설, 동부건설 등의 PF발 위험이 높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들 건설사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고 미분양 위험이 큰 지역 내 사업장 비중이 큰데 대개 미분양분은 건설사들이 매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만7710가구)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지난 2019년 12월 이후 32개월 만에 최고치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7330가구에 이른다.

지방 사업장별 대출 부실가능성 진단과 선제적인 금융지원 방안이 수립되지 않으면 건설사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 도산한 건설사 수는 총 8곳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한 사업을 PF를 통해 개발하는 것인데 PF 자체가 쉽지 않게 되면 시행사는 부도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며 "대형사들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형사들은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본다. 경기 불황과 자금 경색이 장기화되면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 체감경기도 최근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를 보면 건설사 CBSI는 전월 대비 5.7포인트(p) 하락한 5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2월 54.3을 기록한 이후 9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건설업계의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견건설사들의 기업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지수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도 "올 초부터 미국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개발사업 여건이 급속히 악화해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해 신용보강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사들의 금융지원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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