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치솟는 원자잿값에···정비사업지 곳곳서 공사비 '전쟁'
[현장+] 치솟는 원자잿값에···정비사업지 곳곳서 공사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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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끝난 지 3년 넘도록 시공사·조합간 공사비 문제로 착공 못한 장위 6구역
같은 년도 공사라도 건설사마다 원자재 구입 시기 달라 증액분 분석 어렵다
3년간 조합에 요청된 공사비 증액 약 4조7천억···적정분보다 25%가량 더 요구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 6월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의뢰가 완료됐지만 아직 시공단과 조합간의 공사비 증액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시공사측이 최소 20% 이상, 많은 곳은 두 배 가량 공사비 증가분을 요구하며 이를 반대하는 조합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는 원자잿값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반영하더라도 상승분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에서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4월 계약했던 3.3㎡ 당 660만원의 공사비를 8월 898만원으로 조합측에 인상 요구했다. 주요 사유는 원자잿값 상승 등이다. 8월 공사비 증액 공문에 따르면 시공단 측이 추가로 인상을 요구한 공사 금액은 총 2168억원으로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은 1억4000만원씩 늘어난다. 

GS건설의 경우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올해 '부산시민공원 재정비촉진지구 2-1구역' 시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회사는 2015년 3.3㎡당 550만원에 가계약을 맺었다 올해 두 배 수준인 987만원으로 증액 요청을 했는데, 조합은 결국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를 재선정하기로 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도 공사비 갈등으로 이주·철거가 끝난지 3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다. 조합은 앞서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과 공사비 협의에 실패해 2017년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재선정해 2019년 3.3㎡ 당 약 427만원의 공사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올해 4월 자재·인건비 인상분을 반영해 3.3㎡ 60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해 달라 요청했으나 조합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했다. 현재까지도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사와 조합이 요구하는 공사비의 중간 정도로 협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해 중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서희건설도 2021년 '직산역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과 3.3㎡ 당 375만원의 공사비로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10월과 올해 8월 두 차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총 260억원(3.3㎡당 468만원)을 추가 청구했다. 더욱이 이 단지는 공사 공정률이 90% 진행돼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곳으로 조합원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백훈 직산역 서희스타힐스 지역 주택 조합장은 "대형건설사보다 합리적인 공사비로 중견 건설사를 택한 것인데 입주를 코앞에 앞두고 계약 금액보다 25%를 더 달라고 하니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되냐며 주민들은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건설사마다 공사비 증액 사유로 물가 상승분 반영을 말하고 있으나 그 기준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모호해 조합측에서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같은 년도의 공사라 하더라도 회사마다 철근·레미콘·시멘트 등 원자재를 매입한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잠실진주의 경우 올해 4월에 계약한 후 8월에 약 36%를 인상 요청됐고, 장위6구역의 경우 2019년에 계약한 후 4년 뒤인 올해 40% 인상을 요청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2023년 상반기 사이 철근가격을 △2021년 84만7000원 △2022년 100만175원 △2023년 상반기 97만5600원으로 보았고, 같은 기간 대우건설 △97만6000원 △97만8000원 △97만4000원으로 기준을 잡아 0.1%~15%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적정 표준 건축 공사비는 3.3㎡ 기준 744만8100원으로 △2021년 675만8400원에 비해 약 10%만 증가한 수준이나 주요 시공사들이 올해 조합측에 요청한 공사비 증가 폭은 25%~40%에 달한다. 

이런 이유에서 공사비 검증 의뢰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공사비가 적절한지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한 요청 건은 2019년 2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상반기 16건으로 늘었다.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증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부동산원에 적정성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이와 관련 2023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시공사들이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은 총 4조6814억7400만원(54건)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증액 적정 평가를 한 결과 적정액은 시공사가 조합에 요구한 액수의 75%수준인 3조4887억29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공사가 적정 공사비보다 25%가량을 더 요구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과도하게 요구한 것이 발견해도 시공사와 조합 사이의 공사비 갈등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단순히 검증 의뢰에 대한 답변일 뿐 시공사가 공사비를 낮춰야 할 강제적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사비 의뢰에 대한 검증은 하고 있으나 사실 공사비는 추진 공정별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순히 원자잿값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시공사와 조합 간의 합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회사는 권고는 하되 개입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건설사들의 주택 산업 트렌드는 돈 되는 '알짜' 수주전에만 참여하는 것이다"며 "그런 곳들은 보통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가야 해서 자재도 최고급을 쓰고 공사비가 높은 게 당연한 건데,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공사비를 낮춰 '일단 시공사로 선정부터 되자'는 회사들이 있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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