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건축 속도에 제동? 한양 '신탁방식' 따져보니
여의도 재건축 속도에 제동? 한양 '신탁방식'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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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 '위법 사항'으로 시공사 선정 중단
속도 빠르고 비용조달 쉽고 조합 갈등 적어 선호
"수백억 수준 신탁 수수료·성공 사례 적다" 우려도
30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서울시의 시정명령으로 10월 중 완료됐어야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10월 중 완료됐어야 할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서울시의 시정명령으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층수 제한 해제와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지며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탁 방식을 택한 재건축 사업들이 삐걱대면서 신탁 방식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 16곳 중 7곳(△한양아파트 △삼익아파트 △시범아파트 △광장아파트 △수정아파트 △장미아파트 △공작아파트)가 신탁 방식을 택했다. 특히 9.26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신탁 정비 사업 추진 시 시행자 지정요건을 완화('토지면적 3분의 1이상 신탁 등기' 요건을 삭제)하며 이를 권장하고 있다.  

신탁방식은 사업에서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조합 방식의 재건축에선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후 △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  △조합설립 동의 △조합설립 인가 △건축심의완료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지만, 신탁 방식에선 신탁사만 지정되면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2016년 정비법 개정 및 신탁 방식을 도입했던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기존 방식(조합 설립) 대비 2~4년 사업 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 조달도 쉽고 자금 관리도 조합 방식에 비해 투명하다. 신탁사가 자체 자금으로 사업 초기 비용을 부담하거나 자체 신용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 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자체 마련한 자금으로 시공사에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비전문가로 이뤄진 조합과 달리 전문 인력을 통해 공사비 검증이나 협의도 진행할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비 검증을 위뢰한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올해 9월까지 도시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도 총 2조3273억원에 달한다. 공사비 관련해서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을 피할 수 있어 시공사도 신탁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침체기 속에서도 신탁 방식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인가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는 14개 사로, 2020년 277조5000억원을 기록했던 부동산 신탁 수탁고가 △2021년 342조4000억원 △2022년 392조2000억원 △올해 8월 기준 398조3239억원을 기록했다. 수탁고는 부동산 신탁사가 위탁받은 총재산이다. 

그러나 신탁사들이 내세우는 이런 전문성들이 실제 사업 현장에선 제대로 보여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의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의 위법 사항이 발견돼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고 했다. KB부동산신탁이 정비계획의 확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시공사 선정부터 나섰으며,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한양아파트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될 수 있다는 전제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는 것이다.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입찰 전 각 시공사와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200쪽 분량의 홍보물을 제공했는데, 홍보물을 사업제안서라고 고지한 것이다. 입찰 마감을 이틀 앞두고서야 홍보물과 사업제안서는 별개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논란 이후에도 사업제안서의 직접 배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시공사 선정 절차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두 건설사가 한양아파트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는데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신속통합기획안 준수 여부를 두고 두 회사가 소모전을 하고 있다"며 "신탁사의 전문성을 믿고 참여한 건설사들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들이 과장된 마케팅을 펼치며 여의도 재건축 시공사들의 수주전을 과열시켰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KB신탁에 대한 시정 명령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무시나 상대 시공사를 과도하게 비방하는 행위, 과도 마케팅 등을 방지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며 "그러나 과열된 수주전에 대해 단순히 경고하기 위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탁사가 분양 매출의 2~4%의 수수료를 받는 것도 조합원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단지 경우 수수료만 수백억원에 달해 가구당 수천만 원씩 신탁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취재 결과 한양아파트의 경우 1% 미만의 신탁 수수료를 내기로 했으며, 18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여의도한양 정비사업운영위원회에 따르면 그중 10억원은 KB부동산신탁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이미 사용해 아파트 측은 170억원만 지불하면 된다. 

박원실 여의도한양 정비사업운영위원회 위원장은 "한양아파트 주민 95%가 신탁방식에 동의해 이를 포기하고 다시 조합 방식 재건축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라며 "시공사 선정 일정이 조금 밀렸다고 해도 나머지 부분에서 속도를 빨리낼 수 있는 것도 신탁방식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아직 신탁 방식으로 준공된 사례가 많지 않고 곳곳에서 신탁방식에 대한 잡음이 들리고 있지만, 공사비와 금리 인상 등 자금 조달 환경이 좋지 않아 신탁 방식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6년 신탁 방식이 채택된 지 7년이 지난 올해 처음으로 정부가 신탁계약서 표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민·신탁사 간 공정한 계약체결과 주민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주민 75%가 찬성할 경우 신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주민이 신탁한 부동산은 신탁사 고유재산과 별도 관리되도록 규정하며, 사업완료 기한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았다.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 관계자는 "다음 달 7일까지 의견수렴을 통해 연내 지자체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배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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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11-02 08:54:41
강남권에서 신탁을 하지 않는 이유가 다 이유가 있다. 재건축이 어려운 곳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것 처럼, 조합방식으로 추진 못하겠으니 대안으로 신탁하는 것이다. 신탁 수수료 몇백억씩 물어가며 신탁사나 좋은 일 시키는 것이 뭐가 좋단 말인가? 신탁사는 소유주의 권리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 빼먹는 자가 하나 더 생길뿐이다.

신탁사호구 2023-10-31 17:56:03
신탁단지 다 망할듯..ㅉㅉ 신탁사 들여온 앞잡이들만 한몫 챙기고 나머지 원주민은 입주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