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수도권 대단지도 흥행 실패···"고분양가 탓"
서울‧경기 수도권 대단지도 흥행 실패···"고분양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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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흥행을 이어오며 시장 반등이 기대되던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분양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거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사례가 나오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분양가가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요소가 되는 등 가격 민감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된 '트리우스 광명' 1순위 청약에서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신청해 평균 4.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형별로 보면 8개 타입 중 전용 59㎡A와 59㎡B, 84㎡A만 1순위 마감에 성공했으며 나머지는 미달돼 2순위로 넘어갔다.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지난 5월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다소 살아나며 광명자이더샵포레나도 1순위 경쟁률이 10.4대 1이었다.

이처럼 최근 연달아 분양에 흥행했던 경기도 광명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분양만 하면 1순위 마감에 조기 완판 행진이던 서울 분양시장에서는 대규모 미계약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앞서 지난달 6일 110가구를 모집하는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5.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며 72가구나 미계약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까지 받게 됐다. 지난 16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는 72가구 모집에 1072명이 몰려 14.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대우건설이 동작구에 짓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잔여 물량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받고 있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아파트로 일반공급으로 401명을 모집했는데 5626명이 몰리며 1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하면서 선착순 계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는 고분양가가 꼽히고 있다. 실제 전용 84㎡ 기준 트리우스 광명의 분양 최고가는 11억8600만원인데 이는 지난 5월 흥행에 성공한 광명자이더샵포레나의 최고가 10억4550만원보다 1억4000만원가량 비싸다. 특히 두 단지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만큼 입지 대비 가격 차가 과도하다는 평가다. 

'청약불패'라는 공식이 깨지며 상당 물량의 미계약이 나온 서울 지역 2개 아파트도 인근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호반써밋 개봉과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전용 84㎡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9억9860만원, 13억9393만원이었는데 인근 단지(개봉푸르지오‧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와 비교해 분양가가 각각 2억원, 4000만원 가량 더 높았다. 특히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경우 후분양으로 계약후 6개월안에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 점도 계약을 포기하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들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반등했고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인식에 예비 청약자들은 '묻지마 청약'에 가까울 정도로 통장을 던졌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주택거래가 뜸해지고 상승세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인근 신축 거래가 좋은 가격에 이뤄지면 청약 시장도 훈풍을 이어가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방 돌아서는 등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가격 민감도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분양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안정되던 금리도 다시 치솟으면서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반기와 달리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주택 가격이 회복된 데다 물가상승분과 미분양 등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분양가가 시세 대비 높아진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수요자들의 입장에선 인근 시세 대비 높다는 점에서 저항감이 생긴 것이고 금리 부담도 커지면서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공급자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커지고 사업지도 줄다 보니까 분양을 할 수 있을 때 적정선보다는 조금 높은 가격으로 분양을 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면서 "당분간 분양가 인하 요인은 없고 인상요인이 얼마나 제한 받느냐의 편차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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