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재무 건전성 악화 태영建, '부도설' 잠재울 방법 있나?
[초점] 재무 건전성 악화 태영建, '부도설' 잠재울 방법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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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금리로 4000억원 4년간 장기차입···자금 여력 의문 제기
高부채비율·유동성 불안에 신용 전망도 하향···경영 능력 시험대
"전혀 문제없다···경기 불확실성에 유용 자금 선제 확보 차원"
태영건설 사옥 전경. (사진=태영건설)
태영건설 사옥 전경. (사진=태영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 경색 우려로 '부도설'까지 제기됐던 태영건설의 경영 능력이 시험에 들었다. 최근 모회사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으며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재무 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 신용등급 전망마저 하향된 태영건설이 높은 부채비율과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지 못한 채 자본잠식 상태의 자회사 '인제스피디움'에 지속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가 커진 가운데 태영건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세간에 떠돌던 부도설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KKR로부터 사모사채 형식으로 투자받은 4000억원(이자율 연 13%)을 2027년 1월26일까지 4년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레고랜드 사태 등 여파로 부동산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PF 유동화 증권 상환에 부침을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태영건설의 1년 내 만기 도래 단기차입금은 4076억원이다. 여기에 발행 잔액이 1400억원과 200억원인 2개의 회사채가 2024년과 2025년 각각 만기 된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의 경우 383억원이 올 상반기 만기 예정이다.

이번 자금 조달로 단기 리스크는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지만 높은 부채비율과 유동성 불안은 여전하다. 부채비율이 재무 건정성 위기 수준으로 여겨지는 200%를 이미 훌쩍 넘겨 441%에 달하는 태영건설의 2022년 3분기 현금성 자산은 214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시업의 단기채무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당좌비율도 74.9%에 그쳤다. 통상 당좌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부도 위험이 낮다고 본다.

특히 이번에 회사가 차입한 금액은 자기자본(직전사업연도말 기준) 8317억원 대비 48.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자산총액 2조7450억원과 비교하면 14.57% 수준이다. 이자율은 13%로, 4년간 갚아야 하는 총대출이자만 2080억원 수준. 

여기에 차입 기간이 4년간이라는 점을 보면 회사가 4000억원의 돈을 4년에 걸쳐 갚아야 할 만큼 자금 여력이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태영건설과 함께 자금난 우려를 낳았던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계열사 3곳으로부터 9000억원을 차입했는데 모두 3개월간 단기 차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회사의 재무 건전성 수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측은 공시를 통해 "차입 기간은 자금을 차입한 날부터 48개월이며, 상환 방법은 만기 일시상환 조건이지만 당사의 의사에 따라 조기 상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2000억원 규모의 PF 지급보증 채무를 갖고 있다. 2020년 말 2조1000억원 규모에서 1년 9개월 만에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채무금액잔액(이하 채무보증) 역시 2020년 말과 비교해 6조3143억원(99%) 급증한 12조6468억원 규모에 달한다. 수주 물량 확대와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경기 하락기인 현재 부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태영건설이 계열사 부실을 떠안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곳이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는 인제스피디움이다. 2017년부터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에 출자한 금액만 1608억원에 달하며, 채무 인수로 떠안은 유동화증권은 2건으로, 380억원 규모다. 태영건설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125억원의 유동화증권도 있다. 채무자인 인제스피디움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자금보충 의무자인 태영건설이 책임을 져야 한다. 3건의 유동화증권 만기는 모두 올해 1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과중한 PF 지급보증 규모와 금융 시장 경색으로 인한 재무적 불확실성, 분양 경기 저하로 인한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이 경영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 과한 지적은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앞으로 회사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부채가 많다는 것은 결국 무리하게 벌인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자금난 등 위기이지만 향후 시장이 살아날 때 사업 확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경영 역량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태영건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금난 상황은 전혀 아니다. 장기적으로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용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장기 차입 형태로 빌린 것일 뿐이며 당장 돈이 없어서 빌리는 것과는 다르다"며 "특히 최근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 태영과 동반 파트너사인 KRR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도 어떻게 보면 성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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