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운명의 날'···워크아웃 개시 유력하지만 '산 넘어 산'
태영건설 '운명의 날'···워크아웃 개시 유력하지만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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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1차 협의회서 서면결의 진행···12일 결과 나올듯
워크아웃 통과 후 3개월간 실사·기업개선계획 마련
채권단 이해관계 복잡···기업개선계획 협의 진통 전망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채권단협의회가 오늘 개최됐다. 앞서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버티기에 나섰던 태영그룹 측에서 지난 9일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는 등 채권단에 '백기투항'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관측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제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총 609곳의 채권자를 대상으로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투표는 이날 자정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워크아웃 개시 결과는 오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서면결의로 마감시간 없이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라며 "늦은 시간까지 의견을 받은 후 집계가 이뤄지는 만큼 실제 발표 시점은 내일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자 75%(채권액 기준)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 등 은행권이 보유한 태영건설 채권 비중은 약 33%다. 여기에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와 국민연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금융당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채권단 비중을 고려하면 워크아웃 가결 기준을 무난히 넘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산업은행 소집으로 열린 주요 채권단 회의에도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외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가 참여했다.

워크아웃이 부결될 경우 협력업체 줄도산 등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투표 개시 직전까지 태영그룹이 채권단을 설득할 자리를 한 번이라도 더 마련하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태영그룹이 지난 9일 추가로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워크아웃은 사실상 가결됐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앞서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 지분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기존 자구계획을 확약했다.

또 지주사 티와이홀딩스(27.8%)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10.0%)·윤세영 창업회장(1.0%)이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고, 티와이홀딩스가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자구계획 이행이 지연되거나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 보유 SBS 지분을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 태영건설에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해당 추가 자구안과 관련 채권단 측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답해,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을 높였다.

이날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되면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 집행은 최장 4개월간 유예된다. 이어 채권단은 오는 12일부터 4월 10일까지 3개월에 걸쳐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 등을 통해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에는 회사 경영관리 방안,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 방안, 재무구조 개선 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등이 담긴다. 

이후 해당 기업개선계획에 대해 결의할지를 결정하는 제2차 채권단협의회가 4월 11일 열린다. 다만, 기업개선계획을 두고 채권단 간 이견이 클 수 있어 협의점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채권자만 609곳에 달하는 데다 120여개 PF사업장에 엮인 21조원 규모 보증채무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역사상 가장 복잡한 구조개선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채권단이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하면 한 달 이내에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후 태영건설 경영정상화를 위한 공동관리절차가 진행된다.

단,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 과정에서 태영그룹과 계열주가 제시한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된다.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채권단은 유예해줬던 태영건설 채권에 대해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태영건설이 유동성을 마련하지 못해 채권을 갚지 못할 경우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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