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진통 끝에 '워크아웃' 개시···우발채무·PF사업장 정리 '첩첩산중' 
태영 진통 끝에 '워크아웃' 개시···우발채무·PF사업장 정리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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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96.1% 동의···모든 금융채권 집행 중단 '유동성 숨통'
실사과정 '험로' 예고···PF사업장 60곳 中 브릿지론 단계 18곳
현재까지 우발채무 2.5兆···추가 채무 발견 시 워크아웃 중단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통 끝에 채권자 96.1%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개시됐다. 이날부터 태영건설에 대한 모든 금융채권 상환이 최장 4개월간 유예되고, 본격적인 기업재무구조 개선 절차가 시작된다.

그러나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채권자만 609곳에 달하는 데다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60여곳의 정리 작업도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사과정에서 추가 우발채무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결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워크아웃 개시는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자구계획을 둘러싸고 태영그룹과 채권단은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태영그룹이 기존에 제시했던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기도 했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결국 태영그룹이 백기투항해 기존 자구안에 대한 확약과 △경영진의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 포기 △SBS미디어넷·DMC미디어 지분담보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 △티와이홀딩스 계열주 지분·SBS지분 담보 조건부 제시 등 추가 자구계획을 내놓으면서 채권단도 워크아웃 개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1일 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를 포함, △공동관리절차 개시 △채권행사 유예 여부 및 유예기간 △PF사업장 관리기준 등 모든 안건이 결의됨에 따라 채권단은 오는 4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의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판단에 따라 채권 상환 유예기간은 1개월 더 연장될 수 있다. 워크아웃 개시로 채권 집행이 중단된 태영건설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실사와 존속능력을 평가할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실사 및 존속능력 평가 결과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태영그룹과 계열주의 자구계획이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산업은행이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후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해당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의결 절차를 진행한다.

일단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기까지 더 큰 고비가 예상된다. 실사를 통해 태영건설 PF사업장 60곳에 대한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태영건설과 PF대주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과 공사 진행상황 등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PF사업장 중 본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공사 초기) 단계의 사업장만 18곳에 달한다. 고금리와 PF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 본PF로 넘어가기 위한 브릿지론 상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브릿지론 사업장은 재구조화·경공매 매각·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브릿지론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매각대금을 못받을 확률이 큰 후순위 채권자들의 불만이 클 수 있고 선순위 채권자들과 사업장 정리 방식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공매로 넘어가게 되면 가격이 크게 다운되기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로 들어간 2금융권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브릿지론 등 초기 단계 사업장에 대해 "사업성과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기 착공 추진, 시공사 교체, 사업 철수 등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확정, 대주단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사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추가 우발채무도 변수다. 앞서 채권단은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 과정에서 채무 규모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면 워크아웃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보고한 보증채무는 총 9조5044억원이다. 이 중 우발채무(유위험보증) 규모는 2조5259억원이다. 하지만 실사를 통해 우발채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가 3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채권단은 유예해줬던 태영건설 채권에 대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태영건설이 유동성을 마련하지 못해 채권을 갚지 못할 경우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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