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경품행사만 있고 당첨자는 없다, 왜?
소주, 경품행사만 있고 당첨자는 없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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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소주 따로 만들어 판촉용으로 뿌린다"...소비자 우롱하는 '장삿속'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수십년전 한 소주회사가 병두껑 안 쪽에 두꺼비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소주 한병을 공짜로 주는 '판촉행사'를 실시해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를 본 적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장삿속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다만, 요즘 소주회사들의 경품행사는 과거의 그것보다 훨씬 '배포'가 크다는 점이 다를 뿐. 수십억원을 내건 경품행사가 있다. 소주 병뚜껑안에 최고 5백만원에서 최저 1만원까지 당첨 여부가 적혀 있는 경품 행사때문인지, 최근 소주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소주회사인 진로와 두산은 지난해 말부터 수십억 원의 현금 경품을 내건 판촉 이벤트를 벌여왔다. 이런 현금 경품행사를 먼저 시작한 곳은 두산, 지난해 10월부터 현금 10억 원을 내걸자 뒤이어 진로가 30억 원을 내걸고 현금 경품 행사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경품행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려도 당첨됐다는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 왜 일까? 

15일 KBS가 그 속사정을 보도했다. 소주회사의 장삿속이면에 그 보다 더한 '상혼'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먼저, '당첨 여부가 보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은 두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의 경우 소주병을 개봉하지 않고도 당첨 여부를 알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로 인해 일부 당첨 소주가 유통과정에서 빼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많이 빼 갈때는 일주일에 30개 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는 A소주 도매업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두산은 병뚜껑 안이 보인다는 소문이 돌자 즉각 당첨 여부 표시를 가운데에서 가장자리로 바꿨다고 한다.

또, '당첨된 소주 상자가 따로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송은 어렵지 않게 당첨된 소주 상자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B주류 도매업자에 의하면, 공장에서 나와서 특판용으로 당첨 된 걸 따로 만드는데, 영업 사원들이 가끔씩 들고 다니는 건 모두 당첨 된 것이라는 것. 경품용으로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는 게 아니라, 영업사원들이 술집이나 소매점 업주들에게 판촉용으로 뿌린다는 얘기다.

C주류 도매상은 "경쟁사 소주가 많이 팔리는 곳 그런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다"며 특히, 강남쪽이나 학생들 많이 몰리는 곳 대학가 주변에 뿌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로측은 처음에는 당첨 소주 상자의 존재를 잡아뗐다. 진로 관계자:"생산 과정에서 그렇게 뺄 수가 없다"며 "그렇게 하려면 공장이 하루 쉬어야 된다"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2100병 정도를 30억행사와는 별도로 생산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방송은 '9시 뉴스'에 이어 방영된 '취재파일'을 통해 이를 보다 상세히 보도했다. 특판 팀이 당첨 소주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취재했다고 하자 진로측은 당첨 소주 중에 단 100병만을 경품행사를 설명하기 위해 직원 교육용으로 만들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당첨소주를 보여주자 진로측은 말을 바꿨다는 것.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당첨금이 판촉용으로 전용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진로측은 100병만 만들었다고 할 때는 30억에 포함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나중에 2100여병을 생산했다고 번복할 때는 30억 행사와는 별도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규동 법무법인 진평 대표 변호사는 "현금과도 같은 경품용 소주를 공급함으로 인해 결국 주류 거래 질서를 문란 시켰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장 고시에도 위반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대로라면, 진로측이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경품 행사'를 진행해온 사실이 드러난 셈. 소주 소비자들이 경품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술을 마시는지는 잘 알 수 없는 노릇. 별무 관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주회사측의 속보이는 '경품행사'가 무마될 수는 없는 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품을 기대하다 번번이 허탈해 했던 수많은 소비자들로서는 경품 소주를 따로 만들어 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주회사 진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방송은 비판했다. 결국, '경품행사'라는 '장삿속'에다 한 술 더 떠 소비자를 '우롱'하기까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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