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불확실성에 금리인하 '안갯속'···시장 "10~11월 인하 유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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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연속 금리동결···예상보다 완화적인 금통위
경제성장률 상향에도 물가상승률 전망은 유지
"물가 상방리스크 여전"···변수 속 인하 기대 '유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답변이다.

물가상승률이 소폭 둔화됐음에도 전망 경로상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전망, 중동리스크,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서프라이즈 등 대내외적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내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인하시점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현 기준금리(연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번째 동결이다. 앞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채권전문가 98%가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만큼 전망과도 부합한다.

또한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유지됐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5명 중 1명은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졌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물가 둔화 추세도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상향에도 물가전망 '유지'···예상보다 완화적인 금통위

이번 금통위 결과를 뜯어보면 예상보다는 훨씬 완화적이다. 이달 초 이 총재는 "4월 금통위 당시 생각했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 기존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발언, 시장 내 긴장감을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이 총재가 언급한 조건은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지연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중동발 유가·환율 상승세 등이다. 다만 이런 조건들이 현재 시점에 와선 상당부분 완화되면서, 금통위 역시 비둘기파적으로 변화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1분기 성장률 호조에 순수출 기여도가 매우 높고, 일시적 요인에 기댄 바가 커 물가흐름에 끼친 영향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선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반면 미국과 주요국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사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진정세를 보이면서, 유가와 환율도 안정세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총재가 언급한 조건을 재검토한 결과 시장 예상보다는 덜 매파적이었다"며 "또한 한은 추정과 달리 단순하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보면 GDP 아웃풋 갭은 내년으로 갈수록 확대폭이 축소된다. 이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약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방 리스크 확대"···불확실성에 인하 망설이는 금통위

금통위가 상정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 4월 금통위 당시 "물가 전망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다"는 표현이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바뀐 점이 대표적이다.

총재 기자회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의 상향에 대해 순수출 호조를 여러 번 강조했으며, 내수 역시 이전 전망치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최근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에도 공급측 압력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이 잔존했으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오히려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상보다 매파적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언급하며, 당분간 미 연준의 피봇 시점에 따라 환율 등이 굉장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발언키도 했다.

금리인하 시점의 파급력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수 있다"며 "반대로 너무 늦게 전환할 경우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고,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시장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하 기대는 '유효'···"10~11월 첫 금리인하 유력"

이번 금통위 결과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의 평은 다소 엇갈리지만, 연내 인하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측면에선 대체로 동의했다.

특히 가장 관심도가 높았던 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에 대해 물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 선을 그은 반면, 현재 금리 수준이 내수와 물가안정에 기여할 만큼 제약적이라고 평가한 점은 인하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다만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여전히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8월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이후 금통위 일정이 10월과 11월 두차례인 점, 연속 인하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연내 인하횟수 전망도 2회에서 1회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연준은 9월에 첫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한은은 10월에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전망대로면 물가 둔화는 8월부터 확인될 것으로 보이는데, 8월 물가는 9월 들어 확인이 가능하다"며 "4분기로 인하시점이 지연될 경우 11월 열리는 미 대선에 따른 변동성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11월에나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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