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불쏘시개 될라"···'신용사면' 딜레마에 빠진 카드사
"연체율 불쏘시개 될라"···'신용사면' 딜레마에 빠진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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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소액연체 상환시 290만명 연체정보 '말소'
신규 고객 대거 유입 '긍정'···연체리스크 팽배 '부정'
상환능력 부족한 취약차주 유입시 잠재부실 확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에서 신용회복지원 효과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에서 신용회복지원 효과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12일부터 2000만원 이하의 연체를 상환하면 연체기록 자체가 지워지는 신용사면이 시작된 가운데,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고객이 대거 유입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연체율 증가 등 잠재부실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리스크관리 비용이 반영되면서 대출금리 상승, 차주들의 상환부담 가중 등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채무변제를 연체했던 서민·소상공인들의 연체이력이 삭제되는 신용사면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신용사면 대상은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가 발생한 차주 298만명(NICE 개인대출자 기준) 중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한 차주다.

당국은 이번 신용사면을 통해 대상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평균 662점에서 701점으로 39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차주 25만명이 은행권 대출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며, 15만명은 최저 신용점수를 충족해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신용사면에 대해 카드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체이력이 삭제된 차주들의 카드발급이나 신규 대출이 발생하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나 급증했다. 이는 2014년 7개 카드사 구도가 형성된 이래 최대 규모다. 연체율 역시 1.25%로 전년 동기 대비 0.41%포인트(p)나 상승한 상태다.

카드 업계의 경우 주요 고객층이 중저신용자인데다 최근 2년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건전성 리스크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본격적 금리인상기에 돌입했던 지난 2022년 3분기 당시 카드업권의 대출성 자산 60% 이상이 3건 이상 다중채무자로 구성됐다. 당시 한신평은 대출금리가 3%p 상승할 경우 가계한계차주 비중이 16.2%에서 21.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징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빚으로 빚을 막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6%나 급증한 것이다.

회수가 불가능해진 부실채권 규모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 상각 처리한 연체채권 규모가 1조3979억원으로, 일년새 32.4%나 불어났다.

이에 대손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재 실적을 공시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전입액은 3조2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61.8%나 급증했다. 이는 2022년 증가율(17.6%)의 3.5배에 달한다.

그 결과 5개사는 순이익은 1조8642억원으로 일년새 8.6%나 감소한다. 지난해 이자비용 증가율이 36.2%로 지난 2022년(39.4%)보다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손비용 증가세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카드사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신용사면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확대된 리스크비용이 반영되며 대출 금리 역시 이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에게 적용되는 카드론 평균 금리가 17.46%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기간 상승폭도 0.8%p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여전채 금리가 4.619%에서 3.913%로 0.7%p나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며 취약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쏠렸고, 이들의 리스크관리 비용이 반영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16% 이상 고금리가 적용되는 취약차주 비중이 41.22%로, 일년 전과 비교해 4.59%p나 확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용사면을 받은 차주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대출이 발생할 경우 연체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용사면으로 리스크평가가 더욱 어려워진 만큼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비용을 더욱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는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의 여파는 제한적일지라도, 신용 기반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기관들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와 연체율 등으로 금융사들이 민감한 시기다. 상황에서 차주들의 리스크평가가 어려워진 만큼 대손부담이 커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큰 영향이 미칠 것 같진 않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이미 연체를 했던 고객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잠재리스크가 커진 것"이라며 "신용사면 취지를 고려하면 당장 리스크평가 등을 강화할 수 없다. 당분간 모니터링과 보수적 영업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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