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부실채권 대거 정리했는데···카드사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왜
[초점] 부실채권 대거 정리했는데···카드사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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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전업카드사 연체율 1.63%···일년 새 0.42%p↑
대출 취급 줄여도 잔액 늘어···대출 질적 저하 심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연체율의 늪에 빠졌다. 그동안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했음에도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면서 대출의 질적 저하가 나타난 데다, 대출심사 문턱이 낮아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사의 특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연체율(총 채권 기준)이 1.63%로 전년 말 대비 0.42%포인트(p)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4년(1.69%)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연체율 상승세를 이끈 것은 카드대출이다. 지난해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카드대출채권의 연체율은 3.67%로 일년새 0.69%p나 급등했다. 반면 신용판매 연체율은 0.86%로 같은 기간 0.21%p 오르는데 그쳤다.

또한 지난해 말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14%로, 전년 말 대비 0.29p 상승했다. 이 중 신용판매채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0.59%)은 0.15%p 오르는데 그쳤지만, 카드대출채권(2.26%)의 경우 0.36%p나 상승했다.

◇"대출 취급 줄여도 잔액 늘어"···대출의 '질' 악화

주목할 점은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취급을 줄였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대출 이용액은 102조원으로 전년 대비 1.7%(1조8000억원)나 감소했다. 최근 추세를 봐도 2021년에는 0.1% 증가에 그쳤고, 2022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3.2%나 감소한 바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의 대손상각비도 3조1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나 확대되는 등 부실채권도 대거 정리했다.

그럼에도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사의 카드대출 자산규모는 52조9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현금서비스 잔액(6조6341억원)이 일년새 4.8%나 줄었지만, 장기대출(카드론) 잔액(38조7613억원)이 6.7%이나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대환대출 잔액이 1조6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6%나 급증했다. 카드사의 대환대출은 대출을 약정기간 내 갚지 못할 경우 재심사를 거쳐 다시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대출 만기를 늘릴 수 있지만, 심사과정이 신용점수가 하락하고 금리는 더욱 높아져 상환부담이 더욱 확대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대금 일부를 이월하는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잔액도 2.6%(1931억원) 늘었다. 이는 높은 이자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연장해야할 만큼,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의 대환대출을 포함한 총 연체율은 1.67%에 달하지만, 대환대출을 제외한 실질연체율의 경우 1.25%로 크게 둔화된다.

◇대출 '풍선효과'에 직격탄···높은 취약차주 비중도 '발목'

차주의 질적 악화 외에도 연체율 상승을 부추긴 핵심 요인은 카드대출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대표적으로 타 업권 대비 낮은 대출 문턱을 들 수 있다.

통상 카드대출은 은행권 대출과 다르게 담보나 서류제출 등의 심사과정 없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카드발급 심사 단계에서 한도와 금리 등이 미리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리스크 등을 반영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게 단점이다.

문제는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금융권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상호금융조합은 '-29', 상호저축은행은 '-25'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가 줄어들수록 대출태도가 강화됨을 뜻한다.

다만 신용카드사는 '-6'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대출태도를 보였다. 또한 카드사의 경우 고객별 신용한도 등을 하향조정하는 방안 외엔 대출문턱을 높일 방안이 없다. 결과적으로 대출문턱이 낮은 카드사에 대출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심사를 강화하며 지난해 기준 여신잔액이 12조원 가량 줄어든 반면, 올해 1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8조543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나 늘어났다.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 같이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들이 카드대출의 주이용자라는 점도 연체율을 키웠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카드업권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3.7%로 상호금융(14.8%)이나 은행(10.4%) 등을 크게 상회했다. 또한 전체 차주 중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비중이 15.4%로, 은행(7.4%)과 상호금융(7.9%) 등을 크게 웃도는 등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타 업권 대비 크게 낮은 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대출취급을 줄이고, 실적 악화에도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다. 최근 연체율 관련 비판에 대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카드대출의 특성상 그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다. 특히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쏠린 부분도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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