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조' 단위 매출 건설사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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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7곳, 매출 22.4%나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4.7%→2.8%로 추락
중견은 영업이익률은 0%대도···금리는 4%대 이상, "영업익으로 이자 못내"
"올해도 공사비 상승·주택 사업 부진 전망···상황 이겨내도록 정책 지원 필요"
A급 이상 회사채에도 조달 금리 4% 중반~5% 후반..."벌어도 남는 돈 없다"
(사진=pexels)
건설현장 (사진=pexels)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지난해 해외 수주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액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 증가 추세에도 실제 수익은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의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건설업계에선 당분간의 시장 침체기를 버틸 수 있도록 대출 금리 등 금융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대형 건설사 7곳(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2023년도 총 매출금액은 96조3936억원으로, 직전연도(78조7860억원) 대비 22.4%나 올랐다.

이 같은 매출액 증가는 해외 수주 덕이었다.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약 6조 5000억원) 수주 등에 힘입어 2022년 보다 매출이 39.6% 늘었고, 삼성물산도 카타르 태양광 사업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본격 매출이 발생해 지난해 매출액이 32.3% 상승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반대로 갔다. 7개 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2조8204억원으로, 1년 전 3조6871억원보다 23.51%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 단위로 매출이 성장해도 남는 돈은 많지 않았다. 7개 건설사 중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4.7%) 단 1곳이었으며, 나머지 사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2.8%였다. 이는 2022년(4.7%) 대비 절반가량 줄은 수치며, 1억을 벌면 실제로 300만원 이하가 남는다는 의미다.

해외 사업 비중이 크지 않은 중견 건설사 등의 영업이익률은 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실적이 공시된 중견 건설사 중 지난해 조 단위에 매출을 기록한 곳은 계룡건설산업(2조9770억원), 코오롱글로벌(2조6639억원), 금호건설(2조2176억원), 동부건설(1조8999억원), SGC이테크건설(1조8637억원), 한신공영(1조3067억원) 등이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1.47%로, 6개사 모두 2022년보다 영업이익률이 크게 줄었다.

구체적으론 △계룡건설산업 4.5%→3.37% △코오롱글로벌 6.41%→0.48% △금호건설 2.73%→0.98% △동부건설 2.82%→1.59% △SGC이테크건설 2.18%→적자전환 △한신공영 3.23%→0.93%로 하락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 저하에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원가율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6개월 전보다 레미콘 가격은 7.2%, 창호 유리는 17.7% 올랐다. 노임 역시 특별인부 5.61%, 콘크리트공 4.14%, 보통인부 3.05% 각각 인상됐다. 시멘트와 골재 가격도 지난해 대비 각각 약 12%, 8% 상승했다.

아울러 고금리에 치르는 건설사들의 금융 비용도 수익성 저하를 크게 가중시킨다. 돌아오는 만기채를 메우려 올해 벌써 현대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모두 A급 이상의 회사채임에도 이들의 조달 금리는 4%중반~5% 후반에 분포한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더 낮은 중견기업의 금리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조사된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0%대에서 2%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번달 발표한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선 이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 자금관리를 위한 정부의 정책 과제로 '금리부담 및 수수료 수준 완화(39.2%)'를 가장 크게 꼽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은 공사가 완료된 뒤에 받는 잔금이 있는 만큼 먼저 공사에 선투입하는 돈이 있는데, 이는 결국 차입금 등으로 이자를 내고 가져온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 잔금 받는 상황이 미뤄지거나 선투입된 돈을 아예 회수할 수 없게 되면 회사는 고금리의 이자를 계속 내며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도 "올해도 공사비 상승이 예정돼 있고, 주택사업 자체도 흥행 장담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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