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약 없는 3기 신도시 입주···인근 집값도 하락세
[현장+] 기약 없는 3기 신도시 입주···인근 집값도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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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첫 입주 예정이었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떠
GH, 지역 조합과 갈등···'이권 카르텔'로 신중한 LH
인근 아파트값 2년 새 20~25%↓···분양 메리트 '뚝'
27일 기자가 방문한 하남 교산 지구(3기신도시)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들과 철거완료된 공터들이 섞여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27일 기자가 방문한 하남 교산 지구(3기신도시)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들과 철거완료된 공터들이 섞여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3기신도시 발표하고 나서 한때 84㎡가 10억원 가까이 간 아파트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체감상 2~3억원 떨어진 지금은 아파트 매입을 문의하는 투자자도 거의 없네요."

27일 기자가 방문한 하남 교산 신도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3기 신도시 중 하나다. 686만㎡부지에 공공주택 총 3만3000호 세대가 공급될 예정으로 정부는 당초 2025년 첫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종점인 하남검단산역 인근에 위치하고,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가 연접해 강남권 등으로 출퇴근이 유리한 위치다. 이미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형성돼 있어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와닿았다. 

그러나 '올해 중 착공'이라는 정부의 목표가 무색할 만큼 하남 교산지구에는 철거되지 않고 정상 운영 중인 상가와 공장들이 많았다.  착공 후 2~3년 뒤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적어도 올해나 내년 초까지는 착공에 들어가야 정부의 계획을 맞출 수 있다.

이날 만난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10월부터 착공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원주민들과 철거 사업권에 대해서도 해결이 안 된 상태"라며 "입주 예정이 1~2년 미뤄진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3기신도시가 확정된 하남 교산 지구 인근에 3기신도시 결정을 반대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3기신도시가 확정된 하남 교산 지구 인근에 3기신도시 결정을 반대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실제로 하남 교산 지구 내 조합원들은 철거 공사를 포함한 사업권을 달라고 경기주택도시공사(GH)측에 주장하며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중 주민지원대책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공주택 사업자가 분묘 이장·수목 벌채·지장물 철거 등 주민 생활을 위해 시장이나 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시하는 사업을 지역민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GH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붕괴 사고 등만 봐도 발주자에게 함께 책임소재를 묻고 있다"며 "지역민들이 철거사업을 해도 발주자인 GH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중대 재해 처벌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는 조합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1월 철거 관련 입찰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철거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첫 입주를 목표로 추진했던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가 2026년 하반기 입주로 한차례 연기한 후, 최근 또다시 입주 예정일을 미뤘다. 내부적인 이유는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 등에서 '건설 이권 카르텔' 문제가 불거진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원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내부 추진 동력을 상실한 데다가, 부동산 침체기 속 LH 용역 계약도 감시가 커져 민간 발주 문제도 쉽지 않아서라고 알려진다. 

사업 지연에 따라 광역교통개선대책도 줄줄이 연기됐다. 하남 교산 '감일지구~고골 간 도로 신설' 사업은 기존 2025년에서 2031년으로 미뤄졌다.

기약 없이 미뤄지는 3기 신도시의 입주 일정을 기다리다 하나둘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LH와 국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1~2022년 공고가 나온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5024명 중 1320명(하남 교산 78명)이 현재 당첨을 포기했다. 또 사전청약 주택 4만4352가구 가운데 실제 본청약 신청자 수는 2819명(6.4%)에 불과하다. 최종 계약자는 이보다 적은 2306명이다.

입주가 지연되는 하남 교산 지구에는 철거한 상가들이 내다버린 폐기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입주가 지연되는 하남 교산 지구에는 철거한 상가들이 내다버린 폐기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3기 신도시 발표 때의 기대도 사라져 신도시 예정지와 붙어있는 기존 아파트 시세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전청약을 받았던 2021년 하남 교산지구 인근의 D아파트는 84㎡기준 9억2000만원의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6억9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건너편 B아파트도 49.98㎡도 2021년 6억선에 거래되다 이번 달 4억6000만원에 팔렸다. 

하남교산 신도시 59㎡ 주택의 분양가는 현재 4억5600만원선이다. 2년새 땅값과 건축비가 올랐는데 분양가는 오히려 낮아졌다. 2021년 12월 첫 사전청약 분양가 4억8700만원에서 3000만원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당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를 보고 청약했으나 현재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 메리트도 줄어 청약 포기자가 발생한 것 같다"며 "3기 신도시의 공사가 연기될수록 주택 사업비는 늘어나 본청약 시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어 주택 수요자들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8∼2023년 7월 사업승인 대비 미착공 현황' 자료를 보면 현재 공공주택 사업 승인을 받은 11만6479호 중 5만799호(43.6%)가 첫삽도 뜨지 않은 미착공 상태다. 사유는 주민과의 갈등, 교육 환경 평가 승인 문제, 인근 사고로 인한 설계 중지, 문화재 발견 등 다양하다. 비중은 △2018년 3% △2019년 18% △2020년 42% △2021년 79% △2022년 68% △2023년 1~7월 91%로 크게 늘었다. 미착공 물량의 총 사업비는 3조4785억원으로 해당 기금은 사업에 투입되지 못한 채 매년 30억 수준의 이자만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LH에 사업단계에 따라 토지보상, 용지 조성 등의 사업비(융자·보조금 등)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7~2021년 장기 미착공 물량에 투입된 출자.융자사업비 지원액은 9630억4400만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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