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대신 원전 포함 'CF100' 밀어붙이는 정부···기업들 혼란 속 '각자도생'
'RE100' 대신 원전 포함 'CF100' 밀어붙이는 정부···기업들 혼란 속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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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의 없는 CF100, 무역 장벽 우려···외교 과제 해결 시급
RE100 가입 서둘렀던 기업들, 장기적 대안으로 CF100 추진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창립총회가 열린 가운데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이회성 CF연합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 및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창립총회가 열린 가운데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이회성 CF연합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정부가 무탄소에너지 연합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출범한 가운데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CF100에 대한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각자도생'으로 수출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CF연합' 창립총회를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 등 14개 기업‧기관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 의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CF연합은 이달 말까지 법인 설립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출범식을 개최한 뒤 국내외 기업, 국제기구 등과 협력체계 구축, 제도 개선과제 발굴과 표준화, 국가 간 기후 격차 해소 등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CF연합은 지난 5월 'CFE(Carbon Free Energy)포럼'으로 출범했다. 당초 논의 기구 형태였으나 CF연합 법인으로 출범해 안정적 활동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한다는 캠페인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Renewable Energy) 100'과는 차이가 있다. 근본적으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지만, CF100은 무탄소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는 국내 기후 여건상 'RE100'보다 'CF100'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세계 무대에 이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UN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에 CF연합 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여건이 불리한 나라를 중심으로 CF연합 가입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계산이다.

다만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특히 CF100은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CF100 달성이 RE100을 외면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정부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 구글의 경우 이미 RE100과 스마트 전력망을 중심으로 무탄소에너지 캠페인인 'CFE24/7' 캠페인을 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400여 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상황에서 방사능 폐기물이 발생하는 원전 중심의 CF100은 RE100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CF100이 원전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기업들의 RE100 달성만 더 늦출 것"이라며 "CF100으로 가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만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이전 정부의 30.2%에서 21.6%로 8.6%포인트 낮췄다. 이대로 가면 2036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33% 수준에 그친다. 이는 유럽연합(EU)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로 설정한 것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CF연합에 참여하면서도 RE100 달성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친환경 경영 로드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드맵 발표 후 1년만에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65%까지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2021년 RE100에 가입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해외 사업장에서 이미 RE100 달성에 성공했고, 재생에너지 사용율도 2년새 70배 가량 늘렸다. 

이 밖에 LG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RE100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학계에서는 기업이 RE100을 실질적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삼으면서, CFE 인증을 위한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허재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기업에게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RE100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마련하고, 원전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프랑스 등과의 공조 강화로 CFE 인증을 장기적 대응 수단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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