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청년도약계좌'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에 제동···금리공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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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금리 받기 위해 과도한 카드실적 등 요구
청년층 지원 취지 '무색' VS 은행권 역마진 '우려'
당국, 기본금리 인상 요구···최종금리 공시일 1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에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에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청년층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은행들이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자 정부가 '꼼수금리'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가입자가 5년간 저축해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하려면 은행들이 내건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우대금리 조건으로 과도한 카드사용 실적 등을 제시하면서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이란 기존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면서 은행들도 우대금리 항목을 조정하거나 기본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등의 금리 재조정에 돌입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종금리 공시일이 기존 12일에서 오는 14일로 이틀 연기됐다. 당국이 지난 8일 공개된 1차 금리를 살펴본 결과, 기본금리 수준과 우대금리 항목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제시한 연 3.5%의 기본금리가 예상보다 낮고, 우대금리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1차로 공개된 금리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이 모두 연 3.5%의 기본금리를 제시했다. 은행별 우대금리는 연 1.5~2.0%다.

기본금리와 은행별 우대금리, 소득 우대금리(0.5%)를 합해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곳은 기업은행으로, 연 6.5%(기본금리 4.5%+우대금리 2.0%)였다. 뒤이어 5대 시중은행과 경남은행이 연 6.0%를, 대구·부산은행 연 5.8%, 광주은행 연 5.7%, 전북은행이 연 5.5%를 각각 제시했다.

청년도약계좌 취지에 맞춰 5년간 최대 70만원을 매월 저금한 후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하려면 6% 수준의 금리를 받아야 한다. 즉, 은행들이 제시한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에 가입자들이 실제 금리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매월 일정 금액 이상 자사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논란이 됐다. 청년도약계좌 월 최대 한도 7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카드값으로 내도록 했다는 점에서 자산형성을 지원한다는 기존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15일부터 청년도약계좌 판매를 시작하는 11개 은행 가운데 카드사용 실적 우대금리 조건을 내건 곳은 8곳이다. 하나은행은 매월 30만원 이상의 하나카드(신용·체크) 실적을 36회 이상 보유한 경우 연 0.6%p(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종 수령액 5000만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80만원(30만원x36)을 카드값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도 청년도약계좌 가입기간의 2분의 1 이상 우리카드로 매월 30만원 이상 결제한 경우 1.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가입자가 5년간(60개월) 적금을 부었다면 우리카드로 최소 30개월간 매월 30만원 이상을 결제해야 한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30개월 이상 카드결제 실적 보유 시 우대금리 0.5%p를, 농협은행은 만기 2개월 전까지 월평균 20만원의 카드실적을 보유한 경우 우대금리 0.5%p, 부산·광주은행은 가입기간 중 총 카드결제 실적이 500만원인 경우 각각 0.5%p, 0.8%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자사 알뜰폰 서비스 'KB리브모바일'의 특정 요금제를 36개월간 사용하면 0.2%p 우대금리를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금리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역마진'이 우려돼 기본금리를 높게 설정할 수 없었다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은행들이 상생금융 시각으로 접근, 금리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까다로운 우대금리 항목과 비중을 줄이고 기본금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금리조건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도 이익보다는 미래 고객을 확보하고 청년세대를 돕는다는 의미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1차로 공개된 금리를 보면 은행들이 확실히 이익을 볼 수 있는 금리를 제시한 것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상당수 가입자들이 5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우대금리 항목을 현실성 있게 줄이고, 기본금리를 높이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꼼수 우대금리'를 두고 금융당국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면서 은행들도 금리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 상품 판매에 따른 은행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당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었으니 해당 부분에서 뺄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고 기본금리를 소폭 조정하는 것까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3년간 고정금리로 6%를 주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 기본금리도 한계치까지 설정한 게 현 수준이지만, 당국의 지적이 있었으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가 한 은행에만 몰리게 되면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금리 수준을 (가장 고금리인 기업은행과) 비슷하게 맞추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생색은 정부가 내고 손실은 결국 은행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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