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 특례보금자리론···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때문에
'어정쩡' 특례보금자리론···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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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3%대 금리 등장에···4%대 특례보금 인기 '뚝'
금융당국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들 금리인하 행렬
인위적 개입에 시장혼란 가중···특례보금 취지 무색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면서 4%대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 4% 후반~6% 후반(고정형), 연 5% 초반~7% 후반(변동형) 기록하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불과 3~4개월 만에 약 1%p(포인트) 하락,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매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통화 긴축기임에도 은행 대출금리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에서 비롯됐다. 당국이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연신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앞다퉈 인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리변동에 취약한 고금리 변동형 주담대를 안정적이면서 더 낮은 금리의 고정형 상품으로 전환해준다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존 취지가 당국의 시장 개입에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접수액은 25조6000억원이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후 두 달 만에 연간 공급목표인 39조6000억원의 64.6%를 달성했다.

다만, 출시 초기 수요가 대거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신청·접수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직후 3일간 신청액이 7조원에 달했다. 이후 3일간 1조5000억원, 출시 첫 달 기준으로 17조5000억원이 접수됐다. 출시 후 한 달간 신청금액의 40%가 초반 3일에 몰린 것이다. 이후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는 첫 달보다 줄어든 8조1000억원이 접수됐다.

금융권은 출시 초반 인기몰이를 하던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줄어든 이유를 사라진 금리 매력에서 찾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과 소득에 따라 일반형과 우대형으로 상품이 나뉘는데, 일반형의 금리는 연 4.25(만기 10년)~4.55(50년)%, 우대형의 금리는 연 4.15(10년)~4.45%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연 5~7%까지 올랐을 때에는 고정금리로 4% 초중반대까지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은행들은 상생금융 방안의 일환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0.3%p 가량 일괄 인하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64~5.888%로 최저금리가 3%대까지 내려왔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연 3.64~5.04% △신한은행 연 4.19~5.49% △하나은행 연 4.588~5.888% △우리은행 연 3.89~5.09% △농협은행 연 3.92~5.82%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기 직전(1월 16일) 주담대 금리 수준(연 4.36~6.371%)과 비교하면 최고·최저금리는 0.5~0.8%p 가량 떨어졌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4.14~6.65%를 기록했는데, 지난 1월 16일 금리(연 4.69~7.43%)와 비교하면 역시 금리 상단과 하단이 0.5~0.8%p 가량 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똑같이 고정금리가 적용되는데, 은행 금리가 3%까지 떨어졌으니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초반에 비해 문의나 신청규모가 많이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국의 잇단 시장 개입에 금리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를 떨어트리고 있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통화 긴축이 끝나지 않은 만큼 향후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대출금리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선뜻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국의 인위적 개입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 금리 안정성을 높여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겠다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존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영업점 창구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금리 추이를 보고 상품 상담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외부적 요인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상담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대출 신청 타이밍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클 수 있어 차주들 혼란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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