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낙후됐어도 우린 재개발 안된대요"···한숨 가득한 성북5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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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노후도 84%에도···연면적 노후도 44% '탈락'
'입주권' 노리고 곳곳에서 공사···노후도 하락 우려
성북5구역 내 빈 주택의 벽이 심하게 손상된 모습(왼쪽)과 구역 내 좁은 골목길. (사진=노제욱 기자)
성북5구역 내 빈 주택의 벽이 심하게 손상된 모습(왼쪽)과 구역 내 좁은 골목길.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서울시, 국토부 직원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직접 와서 제발 한 번이라도 현장을 봤으면 좋겠어요."(모현숙 성북5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

좁은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니 곳곳에 낡은 빈집이 보였다. 금이 가거나 곧 무너질 것 같은 벽들이 힘겹게 버티고 서있었고,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물이 설치된 곳도 있었다. 사람 한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도 곳곳에 보였다.

11일 방문한 성북5구역의 모습이다. 성북5구역(구 성북3구역)은 지난 2008년 성북3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9년 조합설립인가, 2011년 사업시행인가를 득하며 사업추진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2012년부터 강행된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정책에 의해 지난 2017년 구역해제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 1심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에 희망을 걸고 지난해 9월 성북5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성북5구역은 공공재개발 추진에 대해 60.3%라는 주민동의율을 얻었고,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조사에서 노후도 84%를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노후도를 기록했음에도, '연면적 노후도'라는 변수에 발목을 잡혀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성북5구역은 사업 중간에 직권해제된 탓에 '2010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아닌 '202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적용해 노후도를 평가받았다. '2025 계획'에는 이전과 달리 건물 노후도가 아닌 '연면적' 노후도를 적용하는 방침이 포함됐다. 연면적으로 계산하게 되면 5층 건물을, 단독주택 5채로 계산한다. 

저층 주거지가 대부분인 성북5구역의 건물 노후도는 84%였지만, 노후 건축물로 분류되는 '30년'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28년, 29년 된 빌라들이 많아 전체 연면적 노후도는 44%까지 낮아지면서 공공재개발 후보지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북5구역은 해제된 지역으로 신규예정지역으로 분류돼 '2025 계획' 적용을 받았고, 연면적 노후도 등 정량적 평가인 주거정비지수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반려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면적 노후도와 주민동의율 등 사업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한 주거정비지수제의 폐지를 지난 5월 선언하면서 다시 기회가 생겼다.

성북5구역 내 곳곳에서 신축건물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 (사진=노제욱 기자)
성북5구역 내 곳곳에서 신축건물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 (사진=노제욱 기자)

그러나 이제는 소위 '업자'들이 문제다. 재개발 가능성이 생기자 신축 빌라 등을 지어 아파트 입주권을 얻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북5구역 내 곳곳에 신축 빌라를 짓고 있는 공사장들이 눈에 띄었다. 

모 위원장은 "업자들이 재개발 추진 소식을 듣고선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빠른 속도로 빌라를 짓고 있다"며 "새로 지어지는 빌라를 모두 합하면 70세대 정도 되는데, 우리 구역의 노후도를 낮추는 요소가 될 것이기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성북5구역은 공공재개발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의 선정도 힘들어 보인다. 현재 1종 주거지역인 성북5구역의 '종상향'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고밀' 복합사업"이라며 "성북5구역은 1종 주거지역에다가 구릉지"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용도 지역 상향을 협의하는 기준에도 '1종 구릉지'는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쉽게 말해 결국 고밀 복합개발이 어려운 지역이기에 후보지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 위원장은 성북5구역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비싼 아파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험한 주거환경 개선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역의 경사도가 45m나 돼 겨울철 바닥이 얼게 되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실제로 지난 겨울 2명의 노인이 언덕길 빙판에 미끄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밖에 폭우로 인한 정전도 있었고, 빈집이 사람이 살고 있는 옆집으로 무너져 억대의 비용을 들여 집을 수리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공공재개발 본래의 취지대로, 서울시가 성북5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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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규 2021-08-11 19:02:51
성북구청/서울시/국토부/성북구국회의원/성북구시의원들 께서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한 삶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저 눈치나 보면서 자리 보전하기만 급급하여 누구하나 나서서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자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민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라고 선출해준 양반들이 본연의 임무는 잊고 그저 앉아서 탁상공론이나 하면서 주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으니 나라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이제부터라도 정말 자기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봉급 받는 만큼만 이라도 민원에 대하여 신경 써 주었으면 합니다.

사람답게 2021-08-11 18:40:51
사업성 안나오는 곳 도와서 공급한다고 해놓고,
역세권 고밀개발만 하는 너네들 꼬라지가 정상이냐

사람이먼저다 2021-08-11 18:44:55
기자님 고맙습니다.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것인데,
누구를 위한 법이란 말입니까

하늘 바람 2021-08-11 19:02:21
열악한 주거 환경 입니다.
전깃줄이 늘어져 있어 감전 위험이 있고 곳곳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 옵니다. 쓰레기들이 함부로 버려지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환경미화원들도 지저분한 거리라서 신경을 덜 쓰게 되는지 일반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때 흘리고 가서 더 지저분합니다.
폐가, 빈가, 쓰러져가는 낡은 담벼락, 사람 한 명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오르막길 이런 상황인데도 1종 지역이라 재개발할 수 없고 보존해야한다니 말이여 방구여

성북동사랑 2021-08-11 18:42:00
인센티브를 민간에 주면 100배는 잘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