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화-퇴보, 기로에 선 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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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초롱기자] 미샤가 또 영업 적자를 냈다. '365일 연중 세일' 등 제 살 깎아먹기식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 1분기 들어 39억37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6억7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0.39% 감소한 965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직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은 것이라 업계 안팎의 우려가 깊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2012년 대비 각각 75.4%, 70% 감소한 132억원, 12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 줄어든 4424억원을 기록하면서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0년대 초반 이대 1호점 문을 열면서 브랜드숍 시장을 최초로 열었던 미샤는 승승장구하다 2007년 폐업론에 휩싸인 바 있다. 직전년에 1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데 따른 비관론이었다. 이른 성공으로 승리감에 도취된 나머지 소비시장 연구를 등한시한 대가였다.

그러나 미샤는 과거를 반성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단순히 저렴한 화장품이 아닌 품질을 담보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 결과, 2008년 한 해 동안 'M 퍼펙트 커버 BB크림'은 100만병 이상 팔려나갔고, 2009년에는 'M 시그너처 래디언스 투웨이팩트'가 하루 평균 1500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더페이스샵에 뺏겼던 1위 자리를 7년여 만에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폐업 위기에서 다시 업계 1위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이로 인해 미샤는 다시 한 번 '브랜드숍 신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샤는 이런 과거의 명성을 또 한 번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대기업 계열사의 경쟁 업체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면서 미샤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3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은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올 1분기 138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해 4위에 머물렀던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의 이니스프리는 34%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이며 10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단번에 2계단나 뛰어오른 것이다.

미샤는 무리한 할인 마케팅이 아닌 꾸준한 제품개발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위기를 타개하는 해법임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자본력을 무기로 한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편, 브랜드숍 신화를 이어갈 미샤의 저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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