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작년 순이익 15조···비은행 호실적에 KB 나홀로 '好好'
4대 금융, 작년 순이익 15조···비은행 호실적에 KB 나홀로 '好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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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리딩뱅크 올라···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은 '뒷걸음'
'대출 잘한' 은행이 이끌고 보험 '뒷받침'···증권·카드 '부진' 
상생금융·PF충당금 '발목'···업황 부진에 실적 둔화 '본격화'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낸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적표가 전체 실적 희비를 갈랐다.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KB금융그룹 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순이익 개선에 성공한 반면, 비은행이 부진했던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순이익은 뒷걸음질쳤다.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민생금융지원방안(상생금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응을 위한 대규모 충당금도 금융그룹 실적 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KB금융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치였던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하지 못한 배경에 이같은 일회성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본업인 '이자장사'를 두고 정부 비판이 계속되는 데다 경기 부진, 금리 인하, 이자마진 축소 등 업황이 좋지 않아 금융그룹들의 실적 둔화가 본격화됐다는 시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합산 당기순이익은 14조9682억원으로, 전년(15조5309억원) 대비 3.6%(5627억원) 감소했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이 4조6319억원으로 11.5%(4789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데다 2022년도 실적에서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6.4%(2976억원) 줄어든 4조66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하나금융은 3.3%(1190억원) 감소한 3조57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시현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당기순이익 하락폭이 유독 컸는데, 2022년도 3조1417억원에서 지난해 2조5167억원으로 19.9%(6250억원) 줄었다.

실적 희비는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에서 갈렸다. 그룹들 간 차이는 있었지만 '맏형'격인 은행 계열사들이 대출성장을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고, 보험 계열사도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반면, 카드와 증권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순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홀로 호실적을 낸 KB금융의 경우 KB증권, KB손해보험, KB라이프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대부분 전년보다 증가했다. KB증권은 3896억원(전년比 107.6%↑), KB손해보험은 7529억원(35.1%↑), KB라이프 2562억원(88.7%↑), KB자산운용 615억원(3.7%↑)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7.3% 줄어든 35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의 경우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가 전년 대비 5.1% 오른 472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은 거래대금 위축,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10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75.5% 줄었다. 신한카드도 조달비용 상승 여파로 3.2% 줄어든 620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외 모든 비은행 계열사들이 부진을 겪었다. 하나증권은 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270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밖에 하나캐피탈이 2166억원(전년比 27.4%↓), 하나카드가 1710억원(10.9%↓), 하나자산신탁이 809억원(3.6%↓), 하나생명이 65억원(62.3%↓)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핵심 비은행 계열사가 없었던 탓에 실적 하락폭이 유독 컸다. 은행 의존도가 99%인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실적이 다른 경쟁사 대비 좋지 않았고, 이를 메워줄 우량 비은행도 없었다. 비은행인 우리카드는 업계 조달비용 상승 이슈로 전년 대비 45.3% 급감한 1121억원을, 우리금융캐피탈은 30.1% 감소한 128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종합금융은 530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익을 보면 하나은행이 3조4766억원(전년比 12.3%↑)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대출 성장폭(6.0%↑)이 가장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조2615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출은 4.0% 늘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3조677억원이었으며 대출은 3.2%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이 5.1% 늘었지만,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 수익성이 악화되며 2조51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한편, 4대 금융 모두 부동산PF 부실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 전입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KB금융은 3조146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70.3%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70.8% 증가한 2조2512억원을, 하나금융은 41% 늘린 1조7148억원을 각각 인식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112.4% 늘어난 1조8807억원을 충당금으로 인식했다.

민생금융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시행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환급액(캐시백)은 일제히 지난해 4분기 비용으로 인식됐다. 은행별 캐시백 규모는 국민은행 3005억원, 신한은행 1973억원, 하나은행 1994억원, 우리은행 1700억원 등이다. 은행별로 약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환급액이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되면서 금융그룹 모두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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