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에 힘준 하나금융···실적개선 효과는?
기업대출에 힘준 하나금융···실적개선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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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업대출 잔액 162조460억···전년比 11.9% 증가
공세적인 금리정책 탓에 실적 개선 효과 아직 미미
우량 기업 중심 대출자산 확대 지속···부수이익 '기대'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 홀로 이자이익이 뒷걸음질했다. 대출을 많이 늘리고도 이자이익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이자마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 다른 은행보다 마진을 낮게 부르는 공세적인 금리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이자이익은 8조9532억원으로 전년(9조60억원) 대비 0.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5.4% 증가한 12조1417억원, 신한금융지주는 2.1% 오른 10조8179억원, 우리금융지주는 0.5% 증가한 8조74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4대 금융 가운데 하나금융 혼자 이자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이자이익 감소는 대출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서 나온 결과라 더욱 두드러진다. 통상 은행들은 금리 정체기·하락기에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됐을 때 신규대출을 많이 늘려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데, 하나금융은 이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290조4490억원으로 전년(273조9720억원) 말 대비 6.0% 성장, 4대 시중은행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5.1%(295조6850억원→310조7210억원) △KB국민은행 4.0%(328조6000억원→341조6000억원) △신한은행 3.2%(281조3806억원→290조3363억원) 등의 대출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의 대출 성장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출 규제, 이자장사 비판 등에 따라 가계대출을 마냥 늘리기 어려웠던 터라 은행권 전반적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측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은행은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62조460억원으로 전년(144조8280억원)과 견줘 1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29조1440억원에서 128조4030억원으로 0.6% 줄었는데, 기업대출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다른 은행의 기업대출 성장세와 비교하면 하나은행의 수치는 월등한 수준이다. 하나은행 다음으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가 8.0%(157조8910억원→170조4740억원)로 높았고, 국민은행 7.7%(162조6000억원→175조1000억원), 신한은행 6.6%(150조7537억원→160조6834억원) 등의 순이었다.

하나은행이 대출을 대폭 늘렸음에도 이자이익이 줄어든 것은 공세적인 금리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대출을 크게 불리기 위해 다른 은행들보다 더 낮은 금리를 기업들에 제공하면서 마진을 적게 남겼다는 것이다.

실제 하나금융·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폭도 컸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분기 기준 NIM은 1.76%, 1.52%로 2022년 말과 견줘 20bp(1bp=0.01%p), 22bp 각각 떨어졌다. 유의미하게 이자이익이 개선된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NIM이 각각 9bp, 6bp 올라 2.08%, 1.83%를 기록했으며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은 1.97%, 1.62%로 각각 1bp, 5bp 하락에 그쳤다.

이자마진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저금리성 예금 비중을 크게 늘리는 전략을 쓸 수도 있었지만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이마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저금리성 예금(핵심저금리+MMDA) 잔액은 114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112조1000억원)보다 28조원 늘었지만, 저금리성 예금 비중 자체는 32.6%에서 32.4%로 오히려 0.2%p 줄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금리가 정체돼 있거나 떨어지는 시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의 재산정 금리가 돌아올 때마다 대출금리가 하락하기 때문에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자이익 하락은 신규대출을 많이 늘려 방어할 수 있는데, 대출을 많이 늘렸음에도 이자이익이 오히려 떨어졌다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을 추진하면서 수신금리를 줄 수 있는대로 최대한 많이 주는 동시에 대출금리를 많이 높이지 않았던 게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나은행은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크게 불리면 향후 실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내준 기업고객과 외환, 신용카드 등의 부수거래를 통한 비이자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간 1조9070억원(전년 대비 65.3%↑)의 비이자이익을 거둬들이면서 경쟁사 우리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하나은행도 연간 3조47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박종무 하나금융 재무총괄부사장(CFO)은 지난달 3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우량 기업대출 위주로 성장 전략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산 관리 부분의 역량 강화를 통해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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