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 28㎓ 주파수 경매, 주중 결판···'승자의 저주' 우려
'출혈 경쟁' 28㎓ 주파수 경매, 주중 결판···'승자의 저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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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 1000억원 대 전망···시설·마케팅 비용 '상상 초월할 수도'
통신시장 경쟁 심화에 장기간 투자 불가피···자금 조달력 '관건'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 윤호상 마이모바일 입찰대리인이 경매 첫 날인 25일 오전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 참가를 위해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에 들어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제4 이동통신사 유치를 위한 5G 28㎓ 주파수 경매가 늦어도 이번 주 중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누가 승리를 거머쥘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두 회사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사흘차를 맞은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가 이날 송파 IT벤처타워에서 15라운드부터 시작됐다. 이번 경매는 다중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으로 최대 50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최종 라운드까지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밀봉입찰로 최종 승자를 정한다.

업계는 첫날 6라운드, 둘째 날 8라운드를 각각 진행했다는 점에서 최종 라운드를 진행하더라도 이번 주말 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당초 경매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파이브), 마이모바일 컨소시엄(미래모바일), 세종텔레콤 3자 구도로 시작됐으나 세종텔레콤이 경매 첫 날 중도 하차하면서 양자 경쟁 구도에 접어들었다.

지난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결과 최고 입찰가는 797억원으로, 시작가 742억원 대비 7.41% 늘었다.

첫날 입찰액이 경매 시작가에서 15억원(약 2.0%) 증가한 반면, 이튿날 입찰액은 전일 대비 40억원(약 5.3%) 큰 폭 늘며 두 컨소시엄 간 경쟁은 점점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날 낙찰이 이뤄지지 않고 4일차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입찰가 800억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느 쪽이 낙찰은 받든 최종 낙찰가가 10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초 '출혈 경쟁은 없다'고 선언한 세종텔레콤과 달리, 양사는 주파수 할당 신청 단계서부터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며 투자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약 8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이모바일은 글로벌 통신기업 보다폰과 협력해 향후 전국망 구축을 위해 유럽 최대 통신기업 '보다폰' 및 여타 주주들과 함께 1조원까지 자본금을 증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 사 모두 초기 투자금 외 자금조달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번 경매에서 어느 한 쪽이 28㎓ 주파수를 낙찰받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기지국 6000대 구축 비용 등 자금력 문제로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의 경쟁 구도에 접어들지 못하고 자금난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축인 '스테이지파이브'의 경우 신한투자증권이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본 총계는 1657억원 적자로 최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자본금 전액이 잠식된 상태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의 '미래모바일'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금 보유 현황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회사의 자본금이 2억5000만원 수준인 데다 지난 2021년 기준 매출액이 2억원 대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사업 유지가 가능한 조 단위 투자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LG텔레콤(現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1996년 후발주자로 통신시장에 진입한 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거듭한 끝에 시장에 안착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 비하면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고착화돼있어 경쟁환경이 더 치열하다. 또 28㎓ 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신사업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만큼 신규 사업자가 진출하더라도 적자를 고려한 장기간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중심으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서 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초기 마케팅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8㎓ 주파수 할당 후 본격적인 사업 단계에 들어서더라도, 휴대전화 등 전용 단말이 없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찾기 힘들다는 점 등 해당 대역대의 투자 대비 낮은 사업성도 발목을 잡는다.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낮기 때문에 더욱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투자 지출에 비해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8㎓ 대역을 할당받았던 통신 3사가 투자 대비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의무 구축수량인 기지국 1만5000대를 충족하지 못하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28㎓ 대역 주파수를 회수했다.

업계는 신규 이동통신사가 우선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초점을 맞추며 점진적으로 B2C 사업을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특성을 고려해 대학,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 유형별 선도 기업·단체 내 구축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충분한 실증을 마친 뒤 서비스를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마이모바일 역시 28㎓ 대역을 활용한 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해 자율주행 시범 구간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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