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發 부동산 PF 옥석가리기 속도···건설업계 '촉각'
태영건설發 부동산 PF 옥석가리기 속도···건설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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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PF 보증 28.3조원···62% 연내 만기 도래
'미착공·상업용 부동산·지방' 쏠림 건설사 위기감 확산 
"중견 이하 줄도산 우려···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석 경계"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022년 말부터 제기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결국 1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이 건설사 줄도산의 뇌관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태 진화를 위해 부동산 PF 사업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착공', '상업용 부동산', '지방'에 사업장이 쏠린 건설사들의 PF 부실 위험도 커지면서 제2, 3의 태영건설 사태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부동산 PF 전체 규모는 2023년 9월말 기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태영건설을 비롯한 16개 주요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는 28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중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62% 정도를 차지한다. 

집값이 한창 오름세였던 2020~2021년에 무분별하게 벌였던 개발사업과 함께 쌓인 대출이 건설사 존립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고금리‧물가 상승‧경기 침체 국면에서 지난 2022년 말 불거진 부동산 PF 부실화에 따른 금융경색이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절차를 밟게 된 것도 이 같은 업황 악화 속에 막대한 채무를 막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아직 착공하지 않거나, 분양 전인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를 예고한 만큼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부동산 PF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PF 보증 규모가 과도한 건설사 중에서도 '미착공' '상업용 부동산' '지방'에 사업이 쏠린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크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건설사 도급공사 PF보증 19조1000억원(한신평 등급보유 건설사·작년 6월 기준) 가운데 절반 수준인 미착공, 상업용 부동산, 지방 공사 물량 9조5000억원에 대해 '위험 및 주의' 단계로 분류했다. 

태영건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위험 및 주의 PF보증액 비중이 183.7%에 달했는데 세부 구성을 보면 미착공 물량(1조원) 중 수도권의 준주거와 상업용 부동산, 지방의 아파트가 70%(7000억원)를 차지했다. 태영건설에 뒤를 이어 위험 및 주의 PF보증액 비중이 146.3%로 높은 롯데건설은 미착공 물량(4조2000억원) 중 76%(3조2000억원)가 이에 해당했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건설사 PF보증 중 약 70%가 미착공 사업장 관련 금액"이라며 "미착공사업장 중에 상대적으로 분양 경기 저하 수준이 높은 준주거시설과 기타 비중이 48%"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6%, 지방이 34%이지만 현대건설의 미착공물량을 제외하면 지방 비중이 51%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외에도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동부건설 등 유력 건설사들이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 시공능력평가순위 32위인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변경했다. 토지 매입에 필요한 브리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는 과정이 지연됐고 PF 우발채무가 증가한 것 등이 원인이었다. 시공능력평가 22위인 동부건설도 과도한 차입금을 이유로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됐다. 

이와 관련,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자본 확충 및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건설 관계자 "업황이 어렵다보니 신평사들이 건설사 등급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당사 PF 우발채무 규모는 2800억원 수준으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고 현장 대부분 분양률이 양호하거나 공사비가 기확보된 현장"이라면서 "대규모 해외공사 현장, 국내 공공공사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공사대금과 준공현장에서의 수금 등 자금 확보에 따라 유동성 위험 관리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해보다 올해 건설사 도산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한 해 동안 건설업계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건설사들의 부도‧폐업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해 366곳이 폐업하고, 21곳이 부도 처리됐다. 특히 지난달에만 전국 8개 건설사(종합 3개사‧전문 5개사)가 부도를 맞았다. 경남 8위 건설사인 남명건설(시공능력평가 285위)에 이어 광주 해광건설(908위)이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또 야놀자가 매각을 추진했던 건설 자회사 진양건설(전 야놀자씨앤디)도 단기 차입금을 갚지 못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이와 관련,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하 고금리에 건설‧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대부분 사업장이 어려운 게 사실이며,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옥석가리기'로 부실기업이나 사업장은 정리돼야 하지만 건설업 전반의 리스크로 과도하게 확대해석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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