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새해 첫날 멈춘 은평 '대조1구역'···'제2 둔촌주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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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공정률 20% 넘는데 '공사비 1800억원' 회수 못 했다"
조합 내분에 집행부 기능 상실···비용 급증 공사비 갈등까지 우려
4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오세정 기자)
4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조합 내분으로 인해 공사가 멈췄는데 이제 공은 시공사로 넘어간 것이죠. 사태가 악화해 공사비 갈등으로까지 번진다면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서둘러 재개되길 바랄 뿐입니다."

4일 오후 방문한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은 불광역에서 걸어서 10분으로 가까웠다. 공사 현장의 입구는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과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고, 인근 중개업소도 찾는 사람이 드물어 썰렁했다. 한 블록 넘어 있는 중개업소는 문까지 굳게 걸어 잠근 모습이었다. 

2400가구가 넘는 서울 강북 대단지 은평구 대조1구역의 재개발 공사가 새해 첫 공사 중단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미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돼 공정률 20%가 넘는 현장이 멈춘 것은 조합이 내분으로 사실상 기능을 잃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예고한 대로 1월1일 공정을 중단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 기한도 곧 만기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서둘러 조합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까지 중단됐는데 앞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된다"면서 "투자자 관심도 줄고 사태가 더 악화해 일반 분양이 언제 가능할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동에 2451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 2022년 10월17일 착공해 지난해 11월말 기준 공정률은 약 22%이며, 준공 예정일은 2026년 1월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441일간 공사가 진행됐으며, 이 기간 공사비는 1800억원(총 공사비 5807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착공 이후 조합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조합이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일반분양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은 내부 이권 다툼으로 인해 대표성 있는 운영 주체가 사라지며 기능을 상실했다. 지난해 9월 조합장이 당선됐고 이어 11월에는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 승인 등 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반대 측 조합원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조합장 선출 총회 결의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 각종 소송을 걸면서 사업 주체가 불명확해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조합 집행부 공백으로 협의할 대상이 없다 보니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 후 8월에는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연되면서 사업비 이자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합 측 행보가 안정화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공사대금 지급을 비롯해 설계안, 일반분양 시점, 공사 마감재 등을 모두 집행부와 논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내분을 겪는 조합이 안정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공사 재개가 늦어질수록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등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집행부 구성 후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도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으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며 분양 일정이 계속 밀렸고, 시공사업단은 1조원 넘는 추가 공사비를 청구한 바 있다.

구청과 서울시도 이점을 우려한다. 이에 서울시는 구청의 요청에 따라 코디네이터를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전문가와 법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 등 인원이 구해지는 대로 다음주중 현장에 파견될 예정"이라면서 "조합 집행부 구성이 불안정한 공백 상태에서 공사비 상환이 안돼 공사가 중단된 사례인 만큼 집행부 안정화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둔촌주공 사태와 달리 조합 내분이 원인으로 사안이 다른 데다 최근 소송 관련 일부 판결이 나면서 조만간 사태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와 은평구 등도 나서 갈등 중재에 나선 만큼 빠르면 2~3개월 내에도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는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변경계약 합의 부분에서 갈등이 있어서 벌어졌던 것이고 이 사업장은 그것과는 다른 사안"이라면서 "조합과 시공사는 물론, 서울시나 은평구 등도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사로서도 사태 진정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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