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화 총력···"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종합) 
정부,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화 총력···"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종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영, 1조 자구계획 마련···PF사업장 60곳 정상화·정리
산은, 채권단과 정상화 방안 논의···내달 11일까지 결의
"금융권 익스포저 4.58조···리스크 전이 가능성 적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한 후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한 후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에 대해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선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조치와 함께 분양계약자·협력업체에 대한 보호조치가 시행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건설업계 연쇄 부도 사태나 금융시장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안정 조치 및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대출 만기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 때 급격하게 늘린 PF대출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대거 부실화되면서 결국 자체 노력 만으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374%로 다른 건설사 대비 월등히 높았다. 9월 말 기준 258%에 달하는 부채비율과 3조7000억원 규모의 PF보증도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수치다.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그동안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계획을 산은에 제출한 상태다. 산은은 다음달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가 본격화된다.

◇태영건설 PF사업장 정상화 추진···협력업체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정부는 태영건설과 태영건설 PF사업장 60곳(9월 말 기준)에 대한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사업성 및 공사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의 경우 기존 계획대로 태영건설이 사업을 진행·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은 필요 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지원을 받게 된다.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이 경우 'PF대주단 협약'을 통한 의사결정과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재구조화 및 매각 지원 등이 이뤄진다.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된 곳에 대한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도 시행된다. 현재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총 22개, 1만9869세대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다. 이들 사업장에 대해서는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진행하거나 필요하다면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하도록 해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다.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 환급이행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은 기본적으로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한다. 다만, 필요 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태영건설 협력업체 지원에도 나선다. 태영건설은 공사 140건을 진행 중으로,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 581개사와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체 계약의 96%에 해당하는 1057건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는 만큼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협력업체는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높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는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기간(1년) 상환유예하거나 금리를 감면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한다.

◇건설업·금융시장 위기 전이 차단···금융위 "대응 가능"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다른 건설사 연쇄 위기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 원자재값 등 공사비용 상승,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PF시장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워크아웃은 부채·PF보증 규모가 큰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이란 게 당국의 설명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은 자체사업비중과 부채의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보증이 과도한 점 등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국 FOMC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도 안정됐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된 국내 금융시장 상황, 내년 수출 회복 등 거시경제 여건 개선,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위험요인을 정밀하게 관리해 나가면 현재의 부동산PF 및 건설업 불안요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정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PF사업장 전반에 대한 과도한 자금회수 여부를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정상 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및 재구조화 지원을 통해 부동산PF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HUG·주금공의 PF사업장보증 공급, 대주단협약, PF정상화펀드 등을 통해 PF사업 재구조화를 유도한다. 비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6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건설사 보증도 지원한다. 또 건설업계 전반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단기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한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회피 강화와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한다.

현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금융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800억원으로, 이는 익스포저 보유 금융회사 총자산의 0.09% 수준으로 크지 않다. 익스포저 대부분도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 보험업권이 보유하고 있고 비은행 금융기관 익스포저도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금융회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