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보험] 新회계제도 도입에 '우왕좌왕'···상생금융 압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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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후 '역대급 실적' 달성···착시효과 지적
상생금융 압박에 업계 '골머리'···車·실손보험료 조정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 14년 만에 국회 문턱 넘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격변의 한 해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하루 아침에 자본, 자산, 부채 등 보험사 회계장부가 완전히 달라진 데다 이를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 등 각종 논란도 계속 따라붙었다.

경제 전반이 어려운 시기를 맞은 만큼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은 은행권에 이어 보험업권으로 이어졌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 인상폭을 예상보다 크게 낮추고,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을 키우기로 한 배경에도 당국의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달라진 보험사 회계장부···IFRS17 '착시효과'

올해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큰 폭으로 뛴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금융권을 대표하는 5대 은행에 견줄 정도다. 사실 영업 환경이 개선됐거나 특별한 사업 모델이 있던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제도 효과가 더 컸다. '이익 부풀리기' 논란이 일어났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사들의 기초 체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지적이다.

보험부채에 대한 시가평가 적용, 보험회계의 수익 인식 방법 등이 달라진 IFRS17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자율성을 높인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일부 회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 CSM을 과대 산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실적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보험사 53곳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9조1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5399억원(63.2%) 증가했다.

여러 요인으로 실적도 개선됐으나, 회계제도 변경으로 생긴 착시효과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3분기 기준으론 보험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7.2%(3조6613억원) 늘어난 1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가정, 고금리 상품의 해약률 가정 산출기준, 보험손익 인식을 위한 CSM 상각 기준 등의 가이드라인을 내세웠는데,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가이드라인이 3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착시 현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다만 새 회계제도로 인한 혼란이 진정되고, 보험사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생금융 방안 골머리···車보험료 인하 등 백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은 전방위로 확산했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보험계약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보험사가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내실 있는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촉구하면서 보험사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졌다. 당국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상생안 찾기에 나선 업계는 일단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자동차보험료와 실손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기로 한 상태다. 

내년도 실손의료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은 약 1.5% 수준으로 산출됐다. 2022년 약 14.2%, 올해 약 8.9% 인상된 것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세대별로는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평균 4% 인하된다. 2세대는 평균 1%대, 3세대는 손해율이 급등한 탓에 평균 18%대 올리기로 했다. 2021년 출시된 4세대는 동결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은 올해보다 커진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2%대 중반의 보험료 인하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에 이은 3년 연속 인하다.

삼성화재와 KB손보는 2.6%, 현대해상과 DB손보는 2.5% 내리기로 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85%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3.0%로 결정했다. 차보험료 평균 금액이 72만원 정도라는 점에서 1만8000~2만2000원가량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당국이 주도한 상생금융안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과 보험업권은 3대·7개 상생과제를 마련해 내년 1분기까지 우선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출이자 부담 완화 방안으론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 조정이 이뤄지고, 취약 계약자에 대한 이자 납부 유예가 도입될 예정이다. 비대면 전세금보장신용보험 가입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시행 앞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갈등은 여전

소비자가 요청하면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토록 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10월 시행을 앞뒀다. 14년간 표류를 마치고 현실화되는 셈이다. 

가입자가 약 40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막상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까지 절차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병원에서 진단서나 세부 내역서 같은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연평균 약 2760억원에 이를 정도다. 법안이 시행되면 보험 가입자가 쉽고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병원에서도 관련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후속 작업도 한창이다. 당국은 시행령 개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금 청구절차, 청구양식 표준화, 정보 송수신 인증·보안방안 등 전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확정하고, 구체적인 전산시스템 개발도 진행한다.

다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양상이다.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해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단체들은 민감한 개인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넘기면 국민들의 불이익이 초래될 것이란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계기관으론 보험개발원이 거론되고 있는데, 의협에선 민간업체들이 중계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터라 간소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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