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외환] 작은 외풍에도 출렁이는 원화···'나홀로'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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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긴축기조 종료 기대감···2월초 1220.3원 '연저점'
中리스크에 한달새 82원 '껑충'···10월 1360원대 급등
조기인하 기대감에 1200원대 재진입···내년도 '불확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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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 한해를 돌이켜 보면 원화의 '수난시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올해 초 1220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1360원까지 올라갔으며, 주요국 통화 대비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높은 대외의존도와 악화된 펀더멘탈에 발목 잡혔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1300원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올해 외환시장을 되짚어 보고, 내년 한해를 전망해 본다.

◇1220원에서 1340원으로···달러 하락에도 원화 약세

올해 초 원화 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144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약 4개월 만인 올해 2월 2일 1220.3원(종가 기준)까지 220원 넘게 급락하는 원화 강세를 보였다. 이는 작년 4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당시 상승세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시장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12월 미국 물가상승률(6.5%)이 한달새 0.6%포인트(p) 둔화되면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보다 완화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당시 시장은 한차례 인상을 끝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하고, 하반기 중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과 달리 환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2월 말 1300원을 돌파했다. 고용 등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돌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높이자, 연준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5월 초에는 1340원을 돌파하며 9.8%나 상승했고, 6월 초까지 1300원을 웃도는 약세가 유지됐다.

특히 타국 통화가 미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때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 3월 초 105p 중반에 머물던 달러인덱스는 4월 13일 경 100.7p선까지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연준의 긴축기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통상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 역시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당시(2월 중순~4월 말) 주요국과 비교하면 유로·달러 환율은 1.054달러선에서 1.1달러까지 4.5% 가량 상승했고, 파운드·달러 환율은 1.19달러에서 1.26달러까지 5.9% 가량 올랐다. 특히 통화완화를 고수 중인 엔화 가치마저 136엔선에서 130엔으로 4.2% 가량 절상(엔화가치 상승)하는 등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달러와 원화의 디커플링은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한 경제 펀더멘털 약화, 4월 역송금 시즌과 관련된 일시적 수급 문제,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에 대한 기대 변화 등이 미쳤다"며 "전망치 상향은 불가피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하는 상고하저 방향성은 당시에도 유효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달러 약세 흐름이 점진적으로 반영되며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중간에 반등했으나 7월경 1260원까지 하락했다.

◇中 부동산·경기침체에 발목잡힌 원화···하반기도 약세 부각

하반기 들어 원화의 약세가 재개됐다. 7월 18일 1260.4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한달 뒤인 8월 17일 1342원까지 81.6원(6.5%)이나 급등한 것이다. 7월 99p까지 떨어진 달러인덱스가 8월 중순 104p선까지 4.5% 가량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폭이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크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다른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절하폭을 보면 △EU 유로(-3.5%) △영국 파운드(-3.1%) △중국 위안(-1.7%) 등이다. 원화 가치가 타국 대비 2~4배 이상 떨어진 셈이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 중인 일본 엔화(-5.5%) 가치보다 더 하락한 점은 과하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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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약세의 주요인은 중국발 리스크였다.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업체 '컨트리가든(碧桂園,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부상한 것이다. 7월 당시 중국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성장률(-0.3%)을 기록한 데다, 중국 수출도 14.5%나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시점이었다.

이때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30% 가량을 차지한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7월 말 기준 달러당 7.13위안이었던 위안화 가치는 8월 중순 7.3위안을 돌파하는 약세를 보였다.

이에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릴 만큼 동조화 현상이 강한 원화 가치 역시 함께 떨어졌다. 8월 기준 우리나라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펀더멘탈이 약화된 가운데,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다.

여기에 글로벌 신용평사가 피치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위험선호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원화의 낮은 펀더멘탈이 부각되며 저평가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박희찬 미래에셋 연구원은 "8월 환율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와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다"며 "당시 중국이 장기적인 경기 하방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판단이 나왔고,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 역시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동리스크에 연고점 경신···금리인하 기대감에 1200원대로 하락

이런 환율 상승세에 기름을 붓은 것은 중동리스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실제 9월 말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3달러를 돌파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렌트유 가격도 97달러를 돌파하는 오름세를 보였다.

직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됐고,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미국 경기지표의 호조가 겹친 결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육박하는 채권금리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긴축적 금융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지난 7월 100p를 하회했던 달러인덱스가 107p에 육박하는 등 '킹달러(달러 초강세)' 흐름이 다시 나타났고, 원·달러 환율 역시 10월 말 기준 1360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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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환율 상승세는 연준의 긴축경계감과 함께 둔화됐다. 지난 11월 FOMC에서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높은 수준의 시중금리가 추가 금리인상을 대체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후 12월 FOMC에서 3연속 동결과 함께 현재 금리 수준이 정점에 가까우며,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점도표를 통해 내년 3차례(75bp) 금리인하를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50bp)보다 더 완화적인 결과다.

FOMC 직후 시장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판단하면서 내년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선물시장내 관계자 69%가 내년 3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한해 동안 6차례 금리 인하(150bp)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견고했던 미국채 금리는 내림세를 보였고, 10월 106p를 웃돌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1p선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1200원대에 재진입하는 등 완만한 내림세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 내년 하반기까지 '불확실'

원·달러 환율의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FOMC 이후 하락세를 보인 환율은, 최근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높은 대외의존도 속 중국 등 주요국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등락할 여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외환시장에 대해 달러 약세 흐름에 기반한 추세적 하락사이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이 상존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쯤이나 가시적인 환율 하락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연준의 고금리 수준과 디레버리징 압력에 노출된 중국 경제 경계감으로 환율 하락 전환은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며 "다만 중기적으로 물가에 치중했던 연준의 스탠스가 경기둔화와 금융불안 등에 균형을 맞추며 약달러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으로 1분기 1310원, 2분기 1280원선을 예상했다. 소 팀장은 "시간이 갈수록 연준의 피봇을 선반영하며 비교적 상고하저의 궤적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지정학적으로 민감해진 대만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연말 미국 대선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등의 부진으로 경제성장세가 꺾였고, 높은 대외의존도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펀더멘탈이 약화되면서 원화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올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가 재차 둔화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금리인하 전까지 경기하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가 예상되나, 내년 하반기는 돼야 환율이 추세적으로 꺾일 것이다. 그전까지 환율이 계속 등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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