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양종희號 KB금융···'안정-변화' 균형 속 '색깔내기' 본격화
닻 올린 양종희號 KB금융···'안정-변화' 균형 속 '색깔내기' 본격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년 만에 새 수장 선임···21일부터 임기 시작
연말 계열사 대표 인사···그룹 비전 바로미터
수익성 악화 속 '상생·글로벌·비은행' 핵심 과제
양종희 KB금융지주 신임 회장 (사진=KB금융)
양종희 KB금융지주 신임 회장 (사진=KB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양종희호(號) KB금융그룹이 본격 닻을 올렸다.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양종희(62) 회장은 오는 21일 공식 취임, 3년간 그룹의 방향키를 쥐게 된다. 9년 만에 수장이 교체되는 데다 윤종규(68) 회장이 일궈낸 '리딩뱅크'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양 회장이 본인의 '색깔내기'에 본격 나설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경기 둔화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대규모 변화를 주기보단 '안정'과 '변화' 간 균형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당장 연말 단행될 대규모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통해 양 회장의 경영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금융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회장 후보자의 대표이사 회장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찬성률은 주식총수 대비 80.87%, 출석 주식수 대비 97.52%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회장직에 올랐다.

양 신임 회장은 그룹 내 재무·전략통으로 탈권위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한수 앞을 내다보는 비즈니스 감각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전신인 주택은행에서부터 35년간 KB에 몸담은 양 회장은 부회장직으로 영전한 2020년 말부터 다양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동안 고민해온 본인 만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꾀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먼저 그룹 내 2인자 자리로 통하는 '부회장직'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당초 부회장직은 윤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을 목표로 2020년 말 설립됐던 자리다. 양 회장을 포함해 허인(61) 부회장과 이동철(62) 부회장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후계 경쟁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인 만큼 9년 만에 수장 자리에 오르는 양 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앨 수 있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금융그룹 CEO 장기집권 기조에 맞춰 양 회장이 3년 뒤 한 차례 연임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부회장직은 양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직은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형성하면서 후계자들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기 때문에 새롭게 취임하는 양 회장 입장에선 차기 후계자를 논하는 '부회장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한편으론,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어 부회장직을 섣불리 폐지했다 다시 만들기도 쉽지 않아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부회장직과 더불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들의 거취도 주요 관심사다. 현재 KB금융의 11개 계열사 중 9곳, 총 CEO 10명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대상자는 △KB국민은행(이재근 행장·57) △KB증권(박정림·김성현 대표·60) △KB손해보험(김기환 대표·60) △KB국민카드(이창권 대표·58) △KB자산운용(이현승 대표·57) △KB캐피탈(황수남 대표·59) △KB부동산신탁(서남종 대표·60) △KB저축은행(허상철 대표·58) △KB인베스트먼트(김종필 대표·53) 등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양 회장이 추구하는 경영 방침과 세대교체 폭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 수장 교체에 따른 내부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낸 계열사 대표들은 유임시키고,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계열사 대표들은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양 회장이 인사를 통해 본인의 '색깔'을 보여준 뒤엔 본격적인 경영 성과 내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재 KB금융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글로벌과 비은행이 꼽힌다. 특히, 글로벌 부문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취약하다는 평가다. 이 중 지난 2020년 야심차게 인수했다가 코로나19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을 시급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도 필요하다. KB금융은 다른 금융그룹 대비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이 조화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은행·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커지고 있다.

리딩뱅크로서 최근 은행권에 요구되고 있는 '상생금융'과 관련해서도 설득력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 양 회장은 공식 취임일 하루 전인 20일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통해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 속에서 열리는 어려운 '신고식' 자리인 만큼 양 신임 회장이 리딩그룹 수장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