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수, 제비뽑기, 위로금'···전세난 '상상 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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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여가구 '송파 헬리오시티' 전세 단 5가구 뿐
서울 아파트 '전세가>매매가' 역전 현상 다반사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 (사진= 서울파이낸스DB)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 (사진=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 서울 창천동에 사는 신 씨는 기존 월세 계약 대신 전세로 영등포동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가파르게 상승한 전셋값은 물론 매물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지면서 마음이 급해진 신 씨는 아는 공인중개사 대표에게 전셋집만 찾아주면 '성공보수'를 얹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 정 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서울 가락동에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는 이사기일을 한 달여 앞두고도 사정상 나갈 수가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세입자는 되레 꼭 나가야 한다면 전세금이 많이 올랐으니 '위로금'을 받고 나가야겠다고 주장한다. 정 씨는 수 백만원 상당의 이사비 등을 지원할테니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세입자는 더 큰 돈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가을 이사철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나오는 매물은 손에 꼽는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웃지 못할 사례들이 잇따라 속출하고 있다. 이에 당정은 새로운 임대난 대책 등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시간이 약'이라는 정부의 대응은 세입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20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온라인에 등록된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세 매물은 총 9건. 전체 가구수만 9500여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단지로 꼽히지만, 실제 거래되는 매물은 열 손가락이 채 되지 않는다.

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등록 매물로 알려진 것은 5개뿐이며, 알려지지 않는 매물들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10건은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며 "일선의 공인중개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세 강화 규제에 관망세로 돌아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데다,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계약 연장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전용면적 84㎡는 현재 12억원을 상회하는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지난 12일 6억7200만원의 '반값'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월세 상한제에 따라 2년 전 6억4000만원의 전세를 5%(3200만원)만 올려 재계약하는 등 기존 세입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계약 연장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시장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준공 30년이 돼 가는 서울 외곽 아파트 전세 계약을 위해 제비뽑기로 당첨자를 선정하는가 하면, 현장에서는 성공보수와 위로금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혼란에 여론도 들끓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전국 5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임대차보호법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48.1%에 달했다.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응답자 비율은 38.3%,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3.6%였다. 가락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전세시장은 정상적이지 않고 기형적이다"라며 "임차·임대·중개인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을 비롯해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등 전세 수요는 늘어난 반면, 집을 구하지 못한 전세 난민이 시장 거래에 나서면서 가격은 꾸준하게 뛰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월 둘째 주(12일 기준) 0.08% 올라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정은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미래주거추진단 구성을 공식 발표했다. 미래주거추진단은 1가구 장기보유자 세제 혜택과 다양한 주거 수요에 맞는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정부는 그동안 '안정화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해 왔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여론에 인식을 달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더욱 완성된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1가구 1주택 세금 감면도 일정 금액 이하에 적용하겠다는 식의 구체적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절대적인 공급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2년 뒤 도래할 전세난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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