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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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헐값 매각 우려···'자본 확충' 계획 차질 불가피
28일 재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28일 재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대한항공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해당 부지를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하는 자구안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한항공의 매각 계획은 물론 유동성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재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구체적으로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현동 부지는 3만7000여㎡에 이르는 면적으로, 지난 2008년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이 부지를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2002년 6월 부지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간 것부터 따지면 송현동 부지는 20년 가까이 방치됐다. 현 가치는 최소 5000억원~최대 7000억원으로 책정된다.

시는 "많은 시민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6월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연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현재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지원 조건으로 채권단은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에 이어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달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해 시장 분석과 매수 의향자 조사, 자산 가치 평가 등 매각작업을 신속 진행하고 있었으나 시의 공원화 추진에 급제동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시는 수의계약을 통한 매입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시의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를 도시계획 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되면 건축이 불가하게 되는 등 제한이 걸린다. 따라서 땅의 시세도 5000억원 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며,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땅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부지의 용도를 공원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3월 경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민간매각 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면서 공매절차를 중단해달라는 요청도 했었다"며 "즉 '다른 제3자가 송현동을 매입하더라도 개발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는 으름장과 다름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의지는 확고하나 임의적으로 헐값에 매각하거나 낮출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다양한 감정평가사들을 통해 시세 등 조건들을 공정하게 따져보고 결정할 수 있다"고 '땅 값 미리 낮추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시는 송현동 부지 관련 매입 대금 지급도 거래 시점이 아닌 자체 감정 평가와 예산 확보 등을 거쳐 2년가량 후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시가 다 된 밥에 재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채권단은 자금 마련 압박하고, 시는 부지 내놓으라고 하는 상황이라 자본확충이 시급한 대한항공은 결국 아끼던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 매각까지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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