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차질'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캠코가 살릴까
'매각 차질'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캠코가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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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조원 규모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 가동
12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사진=대한항공)
12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사진=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이 핵심 자구안인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서울시와 기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조원 규모의 기업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입키로 한 것이기에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 흥행에 실패한 대한항공에도 돌파구가 열릴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이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

적기에 자산 매각이 어려운 자산 등은 캠코와 민간이 공동 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보유한 뒤 제3자에 매각하고, 기업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은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 중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진행했던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는 당초 예비입찰에 최소 5∼6군데의 인수 후보군이 손 들 정도로 흥행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구체적인 보상비를 책정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강경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예비입찰은 흥행에 실패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했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당초 해당 부지를 5000억원에 매각하려 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당장의 자본 확충이 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특히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수혈받는 대신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해야하기에 서울시에 매각할 경우 자구안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우선 대한항공은 법률 검토를 거쳐 18일 서울시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취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적정 가격의 자산 매각을 보장하겠다는 것인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팔아 넘기는 것 보다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제값'을 받기에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다시 되파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긴 하나 아직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주진희 기자)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주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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