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은행 사태, 노조도 한걸음 나아갈 때
[기자수첩] 기업은행 사태, 노조도 한걸음 나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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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낙하산 논란으로 신임 행장이 출근을 못하는 'IBK기업은행 사태'가 21일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설 연휴 이후에도 서울 중구 본점에 출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동조합이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갖고 있던 금융권의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록(14일)은 깨진지 오래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 내부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윤 행장의 임명을 정당화 했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금융노조) 이어 어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에 가세하면서 갈등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기업은행 노조는 '청와대와 여당의 공식 사과와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 약속'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고 강력 반발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 없자 노조는 자가당착 내로남불이라며 비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투쟁을 정당화할 명분이 충분한 만큼 '이번 기회에 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 측에서 기업은행 노조에 사태 수습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팩트'만 놓고 보면 윤 행장의 취임은 합법이다. 일반주주들(지분 46%)보다 기획재정부가 더 많은 지분(53%)을 보유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당연히 은행장 인사권은 주주총회가 아닌 대통령에 있다. 이번 은행장 선임절차가 노조의 말처럼 '1961년 제정돼 아무런 검증 없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내부 출신 행장이 있었던 지난 10년 간 이처럼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낙하산 인사를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김도진 전 행장의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차기 행장을 둘러싸고 잡음이 먼저 불거져 나왔다. 김 전 행장에 대한 레임덕은 결국 내부 파벌 갈등이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윤 행장이 정식 출근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회사 구조조정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검토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은행에)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노조도 타협에 나서야할 때란 얘기다. 시간끌기가 노조 입장에서도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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