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낙하산 논란'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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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소통·기업은행 실적·내부 파벌 해소 등 과제
"10년 내부 행장 선임 틀 깨뜨려···훨씬 엄격한 잣대로 비교될 것"
윤종원(왼쪽)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이 3일 오전 출근해 허권(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윤종원(왼쪽)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이 3일 오전 출근해 허권(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대통령 임명에도 노조 저지로 출근이 미뤄지는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윤 행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국책은행의 수장으로 기업은행호를 잘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이전 내부출신 3연속 행장 선임 관행을 깼다는 부담이 교차하고 있다.

노조와는 결국 대화와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경제가 쉽게 나아지기 어려운 국면에서 중소기업 금융을 책임지는 수장의 향후 노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 2010년 12월 이후 3번 연속 내부 인사가 은행장이 됐던 전례를 깨뜨리고 10년 만에 관료 출신으로 IBK기업은행장에 선임됐다.

윤 행장의 선임부터 반대했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지부는 지난 3일 윤 행장의 첫 출근을 저지했고, 끝내 무산됐다.

그럼에도 윤 행장은 행장으로서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그는 노조와 대치하는 자리에서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열심히 해서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루 이뤄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기업은행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6일)에는 출근 대신 故 강권석 행장을 추모하기 위해 성남시 분당의 메모리얼파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故 강 행장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정부 관료 출신 인사다.

그가 행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길을 막고 선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당면한 첫번째 과제다.

노조 측은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이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하다못해 은행·금융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행장의 금융권 경력은 지난 1996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서기관 약 1년, 2011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약 1년 등이 전부다.

청와대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윤 행장의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옹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도 "자격이나 전문성은 좀 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행장이 은 위원장과 학교(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행시(27회) 동기인데다 청와대에서 일 했던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행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하면 은행과 노조 모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방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윤 행장이 노조를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느냐에 따라 일정은 빨라질 수도,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도 있다.

윤 행장이 정식 업무를 시작하면 내부 출신 전임 행장들이 이룬 실적과 본격적으로 비교받게 된다. 그가 해결해야 할 두번째 과제다.

앞서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 행장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이 2배 넘게 늘었다. 2009년 12월말 기준 7104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 2018년 12월말 1조5110억원으로 2.1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고유 업무인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특히 중소기업 지원도 크게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기업자금 대출은 2009년말 85조194억원에서 2018년 말156조9810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은 83조8006억원에서 151조1968억원이 됐다.

행장 임기 기간별로 보면 조준희 전 행장 임기동안 기업대출은 15.43% 성장했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96.42%나 늘었고, 중소기업대출도 13.24% 성장했다. 권선주 전 행장때는 당기순이익이 9.72% 증가했고,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9.72%, 16.37%씩 늘었다. 김도진 전 행장은 2017년과 2018년 2년만에 당기순이익 47.16%의 성장을 이뤘다. 이 기간 기업대출은 12.13%, 중기대출은 13.18% 늘었다.

윤 행장의 경우 이보다 못한 실적을 낼 경우 큰 부담이다. 임명권자 의중이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해 적임자란 기대감과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권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경기는 다소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도 있지만 기업들이 아직 투자를 꺼리고 있어 대출 증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부터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가 상향돼 가계대출을 늘리기도 어렵다.

윤 행장 취임의 구실이 됐던 기업은행 내 파벌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취임 초기이긴 하지만 향후 CEO 후계구도를 만들고 기업은행을 은행의 지배구조 모범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정부와 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기업은행이 이에 역행한다면 뒷말이 무성할 수 있다. 비판론자에게 제대로된 먹잇감이 되는 셈이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상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청와대가 임명한다. 부행장과 자회사 사장 등 누구라도 기업은행장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장 선임 시기가 되면 대상자들은 실무를 뒷전으로 두고 정치인을 만나러 다닌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지난 2016년말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당시 한 내부 인사는 "이럴거면 차라리 낙하산 행장이 나을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청와대가 논란과 비판에도 외부인사를 고집한 이유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나 윤 행장이 업무에 익숙해지면 고강도 조직개편을 단행해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윤 행장이 공식 취임하겠지만 10년 만에 내부 행장 선임이라는 틀을 깨고 임명된만큼 기존 행장들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비교받게 될 것"이라며 "그가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청와대나 금융당국은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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