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증권업계] 초대형IB '답보'···자본확충·사업다각화 등 경쟁력 강화 '초점'
[2019 증권업계] 초대형IB '답보'···자본확충·사업다각화 등 경쟁력 강화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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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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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미중 무역분쟁 이슈 등에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장세를 펼쳤지만, 증권사들은 시장 영향이 덜한 IB(투자은행) 등 부문에 주력하며 선방한 실적을 냈다. 이러한 가운데 초대형 IB는 출범 2년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증권사들은 잇달아 몸집을 불리며 사업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만전을 기했고, 타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양강구도'는 올해도 이어졌다. 증권사들은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현지 최대 규모 증권사에 등극하고, 깜짝 실적을 시현,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 'IB' 증권업계 실적 버팀목 '도약'

올해 증권업계 수익 구조는 기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에서 IB(투자은행)을 위시한 다양한 부문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3분기 누적 IB 부문 영업이익은 2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5753억원)의 4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점한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IB 영업이익이 각각 2099억원, 1204억원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중소형사들 가운데는 한화투자증권(순영업수익 비중 31.3%), 현대차증권(45.2%), 유진투자증권(37.0%), 하이투자증권(43.3%), KTB투자증권(55.5%) 등의 IB 부문 비중이 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영업 순수익(영업수익에서 판관비 외의 영업비용을 뺀 금액)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 후반대에서 올해 상반기 말 35% 수준으로 늘었다.

과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천수답' 수익 구조에서 IB로 옮겨가는 추세다. 2분기에는 전체 수수료에서 수탁 수수료와 IB 부문 수수료가 36.1%로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증시 환경에 영향이 덜한 IB 등 다양한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올 들어 부진한 주식시장에도 아랑곳 않고 증권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낸 이유"라고 설명했다.

◇초대형IB 출범 2년···여전히 반쪽짜리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정부가 내놓은 초대형IB 시대가 개막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올해도 '반쪽짜리'에 머무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초대형IB는 총 6곳이다. 이중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을 영위하는 곳은 절반인 3곳에 불과하다. 11조1000억원에 달하는 발행어음 시장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이 선점 중이다.

나머지 3곳은 각가지 흠결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언제 후발주자가 등장할지 요원한 모습이다.

자기자본 9조원을 웃돌며 업계 최대 규모인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로 지정됐지만,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장기간 발목이 잡혀 있다. 내년 상반기 예정인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발행어음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4월 일으킨 초유의 '유령주식' 사태로 신사업이 불가능한 터라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초대형IB 요건을 충족한 신한금융투자는 종합검사 이슈 등에 가로막혀 초대형IB과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몸집 불리는 증권사들···사업 다각화로 경쟁력 제고

수익 다변화 움직임에 맞춰 증권사들이 잇달아 몸집을 불려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 발행을 통한 217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 증권사 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존 핵심사업 및 신규 사업 영역 확장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대형 투자은행(IB)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자기자본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재무건전성 개선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강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이번 자본확충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 순자본비율(NCR)비율은 10%p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올 7월, 현대차증권은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1조원 증권사' 도약을 먼저 선언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확충한 자본 일부를 IB와 자산관리(WM) 등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현대차증권 역시 자본 적정성 개선으로 신용등급 상향과 영업력 강화를 꾀한다.

◇ 미래vs한투 실적 선두 다툼 '엎치락 뒤치락'

수년간 '실적 각축전'을 벌여온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용호상박' 대결도 흥미로웠다.

두 회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번씩 승리를 나눠가졌다. 팽팽한 균형은 올 3분기 미래에셋대우로 기울었지만, 누적으로는 5333억원을 거둔 한국투자증권이 앞서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펼쳤다. 순익 2위군인 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이하 3000억원대)을 크게 압도한다.

향후 미래에셋대우는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신사업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글로벌 투자에 적극 나선 미래에셋대우는 굵직한 딜을 성공시키며 성과를 내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업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투자증권 역시 IB 부문을 무기로 견조한 실적을 시현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기회의 땅' 베트남서 존재감 높인 증권사들

지난 3분기 성장률 7.31%를 기록, 높은 성장성으로 각광 받는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홍콩법인을 통해 미래에셋 베트남에 대해 약 1조156억동(약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자본금은 5조4560억동(약 283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베트남 현지 증권업계 1위에 도약한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법인도 잇단 증자를 실시해 자본금 1000억원까지 불렸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성장 기반을 구축, 투자처로 단연 주목받는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존재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미래에셋 베트남은 올 상반기 순이익 81억원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증권도 3배 급증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연간을 웃도는 순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4억1100만원의 순손실을 냈던 NH투자증권도 올해는 1억4500만원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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