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금융] '주목받은' 핀테크·'주의받은' 금융권
[아듀 2019-금융] '주목받은' 핀테크·'주의받은'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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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금융부] 올 한 해 금융권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금융위원회 발 혁신금융을 등에 업은 핀테크 기업들은 한 해가 다 저물도록 날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P2P금융은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숙원이었던 제도권 진출을 이루게 됐다. 연초에 시작된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도 우여곡절 끝에 토스뱅크에 내 주면서 연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은 비교적 어두운 뉴스가 많았다. DLF사태는 하반기 내내 이슈를 장악했고, 덩달아 키코 사태도 10년만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역마진·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또 연이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2년만에 역대 최저금리로 돌려놨다. 2019년 주요 이슈를 결산해 본다. <편집자 주>


DLF 사태 = 지난 8월 한 법무법인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는 생소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불완전판매했다며 사기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DLF 수익률은 반토막난 상황이었다. 작은 에피소드 수준에 그칠 줄 알았던 사건은 투자자들의 은행 지점 항의방문과 9월 만기 원금 100% 손실 확정,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등으로 이어지며 하반기 내내 회자됐다.

DLF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3243명이 DLF에 7950억원을 투자해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있었다. 투자자들의 92.6%가 개인투자자였으며 이들 중 48.4%가 60대 이상이었다.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도 무려 24.1%나 됐다. 은행은 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 한 번 이뤄지지 않은 채 상품을 출시했다. 판매할 때도 핵심성과지표(KPI)에 급급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상품 판매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역대 최대 수준인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KPI를 수정했다.

한국은행 역대 최저 금리 회귀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1.50%) 대비 0.25%p 인하한 1.2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년 만에 다시 역대 최저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내리고 나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0.25%p씩 올렸다가 올해 7월 0.25%p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끌어내린 것은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에도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연 2.5~2.6%)을 밑도는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인 2.0%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국내 거시경제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고난의 행군 보험업계 = 올해 보험업계는 저금리 장기화와 손해율 상승 등으로 인해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역마진과 신시장 발굴 어려움에,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정비 수가인상과 노동자 가동연한 상향 등으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로 실적이 급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삼성·한화·교보)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각각 1조8278억원, 1조4078억원으로 전년대비 33.4%(9168억원)와 29.7%(5964억원)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악화와 더불어 다수의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올해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로 인수됐으며,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에 인수됐다. KDB생명도 네 번째 매각을 시도 중이며, 더케이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등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P2P금융법 통과···새해 8월부터 '제도권 금융'으로 첫발 = 올 하반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 금융법)'이 마련돼 2020년 8월 27일 시행된다. P2P 금융의 법적 근거와 요건을 명시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진입 규제, 영업행위 규제, 투자자 보호 방안, 검사·감독·제재권 등이 도입된다.

지난 11월 26일 공포된 P2P 금융법에 따라 P2P업체들은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금융위에 등록해야 하며, 무등록 영업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금융위는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2020년 1월까지는 마련해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하위규정은 업계 및 민간 전문가 의견과 P2P금융 특성, 타 금융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조율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규제 기준과 제재 방안이 담긴다.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 = 올해 금융감독원은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감독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종합검사를 앞두고 검사인력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부활한 종합검사의 첫 타겟으로 은행권에서는 KB금융·국민은행을, 보험업권은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 증권업권은 KB증권으로 정했다. 당초 보험업권에선 삼성생명이 첫 대상으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즉시연금 지급 문제들 풀어야할 갈등이 쌓여있어 보복검사 논란이 우려돼 후순위로 배치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삼성생명, DB손해보험, 유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신한카드 등이 각각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이 됐다.

다만 첫번째 대상이었던 KB금융과 한화생명 등에 대한 검사의견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핀테크 활성화 = 올 한 해 금융권을 꿰뚫는 키워드는 단연 핀테크와 금융혁신이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산업 내실화의 원년'을 내세우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관련된 금융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와 지정대리인 제도가 있으며, 지난 4월 본격 도입 이후 각각 77건, 24건이 지정됐다.

이미 여행자보험 등 단종보험을 필요할 때만 가입하는 온/오프 간편가입 서비스와 금융과 통신이 결합한 리브모바일 서비스 등이 출시됐고, 플랫폼을 통한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 해외 주식 소수점 구입 서비스, 얼굴 인식 카드 결제 서비스 등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혁신금융서비스는 2020년 3월까지 100건이 지정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 지난 16일 우여곡절끝에 토스뱅크가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정은 험난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3월 첫번째 예비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 운영에 대한 이견으로 주요주주였던 신한금융과 결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주력자라는 자체적인 해석에 따라 토스뱅크의 지분 60%를 확보해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떨어졌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기존 금융권의 참여와 너무 많은 주주 구성으로 인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유력 후보였던 두 곳 모두 떨어지자 금융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자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컨설팅'까지 해야했다. 컨설팅 이후 키움뱅크 주주로 참여했던 KEB하나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노선을 옮겨탔고, 토스뱅크는 그제서야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키코공동대책위원회
사진=키코공동대책위원회

키코 사태, 10년 만에 일단락 = 지난 13일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 판매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키코 사태가 벌어진 지 10여년 만이다. 환헤지를 목적으로 은행과 다수의 키코 계약을 체결한 수출중소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막대한 피해를 봤다.

다만 키코 사태가 종결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 4개 기업에 대해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등을 배상하라고 결정했으나, 이미 손해배상 시효(10년)가 지나 은행들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제 이행은 불가능하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나머지 피해기업 145곳과도 자율조정을 거쳐 2000억원 정도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연임, 신한·KB금융 자회사 대표 대부분 유임 =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었다. 재임 시절 괄목할만한 성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공고히 한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문제는 채용비리와 관련된 법률리스크다. 지난 18일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판결 선고는 내년 1월22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법정 구속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만큼,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금감원이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KEB하나은행에 은행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손 회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신한금융, KB금융은 자회사 대표를 대부분 유임하는 조직 안정을 택한 점도 내년 금융가 경영 방향을 예상케 하는 한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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