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 손질 나선 정부···'줍줍' 막고 실수요 늘릴까
무순위 청약 손질 나선 정부···'줍줍' 막고 실수요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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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당첨자 비율 500%까지 확대···'실수요자 기회 확대'
높은 분양가·강력한 대출규제·어려운 청약···복잡한 원인
"예비당첨자 비율 늘려도 한계有···실제적인 대안 찾아야"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견본주택.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견본주택.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현금부자들의 리그로 전락해버린 청약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섰다. 무순위 예비당첨자 비율을 대폭 늘려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예비당첨자를 전체 공급물량의 현행 80%에서 5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 당해지역·기타지역 등 1·2순위 신청자 접수를 진행하고, 가점제·추점제를 통해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 때 당첨자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잔여 물량이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게 된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나 가점 등이 필요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청약 재당첨 제한도 없으며, 세대주 및 거주지역 기준도 유연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현금부자 등도 얼마든지 청약에 지원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청약단지에서 미계약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순위 청약 물량을 자본가들이 쓸어담는 '줍줍' 현상이 강해지면서 청약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당첨자 배수를 500%까지 확대해 무순위 청약에서도 현금부자가 아닌 순위 내 당첨자에게 공급물량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예비당첨자 확대를 통해 실수요자의 당첨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나, 기회의 폭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분양가·대출규제·청약제도로 분양 여건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올라가면서 지난달 말 2569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 상승한 가격이며, 전국 7.2%의 상승폭과 비교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수요가 집중되는 강남권의 경우 올해 첫 분양에 나섰던 2개 단지 분양가가 3.3㎡당 4569만원과 4687만원으로 나타나 평균을 가볍게 웃돌았다. 전용면적 84㎡으로만 계산해도 11억원이 넘는다.

분양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당첨된다 하더라도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9억원 이하의 집에서도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수억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커다란 장벽과 같다.

이렇듯 분양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1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8.6대 1로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경쟁률 37.5대 1에 비해 5분의 1수준에 그쳤다.

또한 최근 2년여간 청약제도가 10차례 넘게 개정돼 청약자들이 세부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분양에 나섰던 단지들 가운데 일반 분양분 당첨자 중 부적격자로 판정난 사례는 지난 2월 개관한 경기 안양 '평촌래미안 푸르지오'에서 14.6%,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포레자이'가 14%, '북위례 힐스테이트'는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예비당첨자) 배수 확대를 통해 제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부적격 물량 등도 다시 예비당첨자에게 돌아온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라면서 "다만, 높아진 분양가로 중도금 대출없이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근본적으로는 무순위 청약의 폐해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장된 분위기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제한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따라 장기무주택자·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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