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 현금부자 먹잇감으로 전락하나
'무순위 청약' 현금부자 먹잇감으로 전락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약·대출규제로 미계약 물량↑···'현금부자' 새 집 장만 기회로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를 찾은 방문객들이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양)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를 찾은 방문객들이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양)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올해 새롭게 도입된 '무순위 청약'이 현금 부자들의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청약 및 대출 규제로 서울 등 인기지역의 미계약 물량이 속출, 현금부자들이 '주워 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금부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전형'이라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미계약분 174가구(일반분양의 41.5%) 모집에 5835건이 접수되면서 평균 경쟁률이 33.53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안양시 비산2동 '평촌래미안푸르지오'는 234가구(일반분양의 35.5%) 모집에 313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3.40대 1을 기록했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 플레이'의 잔여물량(62가구) 청약에서도 평균 61.9 대 1, 최고 365 대 1의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이들 단지들은 모두 분양 당시 1순위 청약에는 흥행했지만 주변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대출이 막힌 당첨자들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했다. 

1순위 청약을 시작하기 전 이뤄지는 사전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의 무순위 청약에는 1만4376명이 뛰어들었다. 이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1046가구)의 1순위 청약자(4857건)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3.3㎡)는 2570만원으로 저층 일부를 제외하면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다.

이처럼 무순위 청약이 인기를 끄는 것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무주택 여부, 청약 재당첨 제한 등 규제와 무관하며,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해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나 다주택자 투자수요가 대거 몰려들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당첨 기회를 높였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와 비싼 분양가로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 대출규제로 분양가 9억원 이상 단지는 중도금 대출이 60%에서 40%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계약금으로 치뤄야 하는 비중이 10%에서 20%로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웬만한 현금 동원력이 없이는 아파트 청약에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 등에서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는 좁아지고 있는 반면, 현금 동원이 가능한 부자들에게 오히려 청약기회를 넓혀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 부자들에게 무순위 청약은 경쟁률은 높지만, 아예 기회조차 없었던 줄서기보다는 새 집 장만하기가 더 간편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9억원이 넘는 고분양가 단지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은 1주택 이상을 소유하는 등 청약 1순위 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무순위에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울 등 주요 지역의 무순위는 결국 '현금 부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전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