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시도금고 선정경쟁에 '편법'도 불사
농협, 시도금고 선정경쟁에 '편법'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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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기부금 동원 '싹쓸이'"
지방銀 "시금고 역외유출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올해 만기도래하는 29조원 규모의 시도금고 유치를 둘러싼 은행간 선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시도금고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농협이 전체 시도금고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원의 기부금 공세에 나서면서 '제살깎이'식 과열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지방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지역 시도금고는 지역은행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충북 제천시 시금고 선정위원회는 내년부터 3년간 제천시 예산을 예치할 시금고로 농협중앙회 제천시지부와 신한은행 제천지점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2011년까지 4000억원의 일반회계를, 신한은행은 800억원의 특별회계를 관리하게 된다. 또, 이날 농협은 진주시금고의 주금고로 선정됐으며, 앞서 포항시는 2000억원의 특별회계를 농협에 맡겼다.

포항시금고의 경우 일반회계 계정이 8000억원에 달해 대구은행과 농협은 물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까지 유치 경쟁에 가세했으나 결국 기존 시금고를 맡아왔던 대구은행을 최종 낙점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감안할 경우 지방은행들이 지역 시도금고를 맡는게 관례지만 최근에는 시중은행들까지 적극 뛰어들면서 특정 지방은행은 시도금고 대부분을 빼앗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은행은 올해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남원 고창 등을 농협에 뺏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남은행은 1조4000억원 규모의 경상남도청 금고를 두고 농협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역 시도금고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방은행이 맡아야 한다"며 "농협의 경우 중앙회가 서울지역에 영업기반을 두고 있어 지역 금고의 역외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전체 기업대출의 60% 이상을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시도금고 유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은 농협이 시도금고를 따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의 경우 사실상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분리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맛대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또 역마진까지 감수하며 거액의 기부금을 제시하고 있어 여타 은행들은 제안서를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말 만기도래하는 4000억원 규모의 광명시금고의 경우 지난달에는 기업은행이 선정됐지만 이달초 농협으로 바뀌는 웃지못할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광명시금고를 따내기 위해 무려 1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과 지역협력사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에게 시도금고는 말그대로 안정적인 금고일 수 있다"며 "그러나 갈수록 악화되는 은행 수익성을 감안해 과열경쟁을 자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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