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동차 빅3 구제금융에 거센 역풍"
"美자동차 빅3 구제금융에 거센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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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미국 자동차 3사와 노조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자동차산업 구제금융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인 가운데 주요 언론과 네티즌 할 것 없이 빅 3를 향해 미국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비판여론이 얼마나 비등했으면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칼럼니스트인 수전 톰퍼가 일요일판 1면에 "나는 '디트로이트'가 더러운 단어인지 몰랐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 의회 내 구제금융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작아지고 있다.

1953년 제너럴 모터스(GM)의 찰스 윌슨 회장이 남긴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은 GM에도 이익"이라는 명언도 이제 많은 이들에게는 낡은 개념이 됐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을 의미하는 '디트로이트'가 미국인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외제차와 맞설 수 있는 기술개발 등 경쟁력 제고 대신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전략적 실수가 자초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성능이 뛰어난 외제차에 미국 소비자를 빼앗기면서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델라웨어에 있던 미국차 생산공장이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이들 주의 의원들이 빅 3 지원에 반대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반면 외제차 회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차가 떠난 남부지역에 앞다퉈 공장을 설립하고 나섰고, 이는 의회의 빅 3 구제금융 논의 과정에서 외제차가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1980년대 크라이슬러를 파산 위기에서 일으켜 세운 리 아이아코카 회장 같은 인물을 찾아볼 수 있는 리더십 부재도 빅 3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 지적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는 "많은 미국인이 GM의 CEO인 릭 왜고너의 이름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회사 경영이 악화됐다는 것 말고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정리해고된 뒤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근로자에게도 봉급을 주도록 한 경직된 고용구조는 물론이고 올해에만 로비 비용으로 1천만달러를 쓴 GM의 예에서 보듯 회사 구성원들이 근본적인 기업구조 개혁을 등한시한 채 주먹구구식 대책으로 일관한 점도 빅 3의 좌초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와 도요타, 벤츠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의 리처드 쉘비 상원의원은 지난 16일 NBC 방송의 '언론과의 대화'에 출연, 디트로이트를 '공룡'이라고 부르면서 " 이들 회사에 1달러라도 빌려주려는 은행은 미국에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미국의 경제전문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15일자 논설에서 디트로이트에 "안된다고만 말하자(Just say No)"라며 구제금융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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