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은행권 '대기성 자금'···주식·코인에 '뭉칫돈' 몰린다
급증한 은행권 '대기성 자금'···주식·코인에 '뭉칫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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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은행 수신잔액 2362조···수시입출식예금 48.5조 급증
투자자예탁금에 '빚투' 금액↑···가상자산 거래대금도 '쑥'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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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정기예금 증가세가 꺾이고,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인 수시입출식예금의 급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낮은 금리로 매력도가 떨어진 정기예금 대신 주식과 가상자산 등 투자처를 관망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잔액은 2362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6조원 급증했다. 3월 중 은행 수신은 수시입출식예금을 중심으로 증가폭을 키웠다.

구체적으로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조달 유인 약화, 정기예금 ABCP 대규모 만기도래 등으로 지난달 13조3000억원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시입출식예금(실세요구불예금 포함)은 48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급증하면서 정기예금의 감소분을 상쇄, 전체 수신잔액 증가를 이끈 모습이다. 

오랜 기간 돈을 묶어둬야 하는 정기예금 대신 수시입출식예금이 늘었다는 건 최적의 투자처를 찾아 관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이자가 연 1% 안팎에 불과한 대신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관망 수요'를 가늠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대기성 자금은 주식이나 코인 시장으로 흘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2조75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초 60조원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 9일 기준으로는 55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투자자예탁금이 전반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국내 증시가 전과 비교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매입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이달 하루 평균 19조5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연초 대비 1조9000억원가량 늘었는데, 최근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자 빚투(빚내서 투자)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코인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국내 5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지난달 15일 14조8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선 지난달 11일엔 거래소 1, 2위인 업비트와 빗썸에 330만명(일간활성이용자수 기준, 모바일인덱스)이 몰리기도 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두고 7만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을 배경으로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임박 등도 호재로 꼽힌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현물 ETF 승인 등 호재를 앞두고 빠르게 오르며 가상자산을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인지하고 투자를 늘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필두로 테마를 가진 밈코인, AI 코인, RWA 코인 등도 약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식과 가상자산, 금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오는 21일 예정된 반감기와 함께 수급 쏠림으로 위험자산 내 자금 이동이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반감기에 따른 공급량 감소로 인한 즉각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반감기마다 가격이 상승해 온 점, 현물 ETF 출시 및 홍콩 추가 현물 ETF 승인 소식 등과 맞물려 가상자산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자금이동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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