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리도 감지덕지···갈 곳 잃은 뭉칫돈 '예·적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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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대銀 요구불예금 잔액 590조···전달比 4.2%↓
정기예금 잔액 13조 늘고 투자자예탁금 8조 줄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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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지난달 26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성 자금의 종착지는 증시가 아닌 은행권 정기예·적금이다. 수신금리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주춤하는 사이 안전자산으로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90조7120억원으로 전달 대비 26조360억원(4.2%)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선 투자를 고려해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달엔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진 모습이다. 앞서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말 616조7480억원을 기록, 전월에 비해 18조439억원(3.0%) 증가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이 같은 기간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대기성 자금은 대부분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가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음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일 59조4949억원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50조7434억원으로 8조7515억원(14.7%) 쪼그라들었다.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서 지난달 중순에는 투자자예탁금이 49조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은행권 수신상품을 찾는 수요는 부쩍 늘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862조6185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13조3228억원(1.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기적금 잔액 역시 45조8632억원에서 46조4876억원으로 6244억원(1.4%)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금리는 이날 3.50~3.90%로, 전월취급 평균금리인 3.33~4.02%와 비교했을 때 하단은 소폭 오른 반면 상단은 0.12%포인트(p) 하락한 상태다. 향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의 상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도 몰렸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연초에 기업들 성과급과 상여금이 지급되면 이 자금을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요구불예금이 빠지는 대신 예·적금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특히 최근엔 만기가 짧은 상품의 금리가 비교적 높은 상황이어서 만기 1년 미만 예금 가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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