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예상 웃돈 美 물가 쇼크···물건너 간 6월 금리인하론
[초점] 예상 웃돈 美 물가 쇼크···물건너 간 6월 금리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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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3.5%, 근원 CPI 3.8%···시장 예상치 상회
6월 동결 가능성 83.1%, 첫 인하시점 9월 유력
금리인하 횟수 축소 불가피···"하반기 1~2회 예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예상을 웃돈 미국 물가상승률에 시장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기존 유력시된 6월 인하 전망은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첫 금리인하 시점은 9월까지 후퇴했다. 연내 인하 횟수 전망도 1~2회로 줄어든 상태며, 미국 대선이라는 이벤트와 맞물려 올해 금리인하가 아예 없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16.9%(-25bp 16.4%, -50bp 0.5%)로, 전장(-25bp 56.1%, -50bp 1.3%)과 비교해 40.5%포인트(p)나 급감했다.

반면 금리동결 가능성이 83.1%로, 전일(42.6%)과 비교해 두배 가량 상승했다. 기존 유력시된 6월 인하 전망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해당 전망의 근거는 물가 쇼크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0.3%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시장 예상(3.4%) 보다 높다. 지난해 9월(3.7%)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3.8%를 기록했다. 이는 2월 상승률과 같지만, 시장 전망(3.7%)을 웃돈다. 전월 대비로도 헤드라인과 근원 CPI 모두 0.4%씩 상승, 예상치(각 0.3%)를 상회했다.

이 같은 물가충격에 시장내 위험선호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CPI 발표 직전 4.34%선을 유지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4.55%까지 상승했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4.72%선에서 4.97%까지 상승했다. 특히 CPI 발표전 104.05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가 현재 105선을 돌파하는 등 시장내 위험선호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이다.

같은 날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역시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해당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와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최근 지표들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향해 안정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견해"라며 "더 큰 확신을 갖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 역시 금리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같은 날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알려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예상보다 강한 생산성과 느린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을 언급하며 올해 금리인하가 4분기 1회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하는 등 연준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시장내 부각된 금리인하 기대감을 잠재우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 가장 유력한 금리인하 시점은 언제일까.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가장 유력시하고 있는 금리인하 시점은 오는 9월(-25bp, 45.6%)이다. 실제 6월에 이어 7월 동결 가능성도 54.3%로, 전장(25%) 대비 두배 이상 올랐다.

또한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말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2회(4.75~5%)가 34%, 1회(5~5.25%)가 33%로 근소하게 2회가 우세하다. 해당 시나리오대로면 연준은 9월과 12월 각각 0.25%p씩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 첫 금리인하 후 12월 추가 인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허 연구원은 "3월 CPI 상승세를 보면 교통서비스 가격 급등이 주도했고, 이에 주거비 제외 핵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을 재차 높였다"며 "미국 및 글로벌 경제의 골디락스 국면 진입이라는 기본 전망은 유지되고 있지만, FOMC 참여자들의 '인플레이션 정상화에 대한 추가적인 확신'이라는 첫 금리 인하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지희 미래에셋 연구원 역시 "3월 FOMC 의사록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덜 제약적일' 가능성이 논의됐다. 해당 의견이 강화될 경우 역 피봇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고용 둔화 시그널이 확인된 점 등을 볼 때 금리정상화 시나리오가 반전되긴 어렵다. 하반기 2차례 인하정도가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는 11월 미 대선 전 마지막 이벤트다.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에도 대선 전 금리인하를 선택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또한 대선 결과에 따라 11월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은 연내 인하를 완전 배제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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