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본 6억 값, 고급 전기차 '롤스로이스 스펙터'
[시승기] 기본 6억 값, 고급 전기차 '롤스로이스 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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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품질 '우수', 가죽·원목 값비싼 마감재 사용
가속 매끄럽고 승차감 부드러워, 정숙성도 탁월
롤스로이스 스펙터 (사진=문영재 기자)

강점: 롤스로이스 브랜드 등 / 약점: 불편한 내장형 내비게이션 등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스펙터는 영국의 고급차 제조사 롤스로이스가 내놓은 첫 전기차다.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차량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든 티가 역력했다. 조립 품질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주행감은 지금까지 체험한 여러 고급차 가운데 가장 부드럽고, 고요했다. 100년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만들고자 했던 이상적인 고급차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일 서울과 강원을 오가며 이 차를 시승했다.

후면 경첩 구조의 독특한 문짝을 여니 화려한 실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좌석을 둘러싼 질 좋은 가죽은 허벅지·엉덩이·등을 포근히 감쌌다. 앉은 자세는 예상보다 높게 느껴졌다.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스펙터 앉은 자세는 롤스로이스 전 제품군 중 가장 낮다. 배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스티어링휠, 대시보드, 센터콘솔 등은 롤스로이스 세단 제품군 가운데 하나인 고스트의 것과 같았다. 에어컨·히터, 인포테인먼트, 창문 등을 제어하는 버튼들이 값비싸 보였다. 문짝 안쪽과 창문 사이 기둥, 천장 등은 가죽으로 마감했는데, 박음질도 촘촘하고 촉감도 좋아서 자꾸만 손길이 갔다. 2열 공간은 적당했다.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인포테인먼트는 모회사인 BMW의 것과 동일했다. 불편한 내장형 내비게이션도 그대로였다. 롤스로이스 측에 티맵 내비게이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니 "BMW가 지난 2월부터 자사 제품에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티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인 롤스로이스에게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플랫폼은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럭셔리 아키텍처고, 여기에 담긴 배터리는 120kW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다. 사용 가능 용량은 102kWh. 배터리 수명을 높이기 위해 사용 가능 용량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설명이다. 클러스터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 100%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98km였다. 제원상 주행거리 383km보다 높지만, 전비가 3.2km/kWh라서 주행거리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전압은 400V다. 이 때문에 급속 충전 시간이 800V 전압을 쓰는 현대차·기아, 포르쉐보다 오래 걸릴 듯하다.

모터는 앞뒤축에 각각 하나씩 달려 있으며,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91.8kg.m를 낸다. 무게가 3톤에 육박하는 무거운 차를 0→100km/h까지 단 4.5초 만에 끝내는 힘이다. 최고속도는 250km/h인데, 뒷심이 부족한 전기차 특성상 100km/h대 후반부터 속도계 바늘이 더디게 올랐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회생제동이 걸리며 서서히 속도가 줄었다.

에어 서스펜션은 도로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듯한 승차감을 전달했다. 누더기 같은 노면 위를 지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크고 작은 충격이 허벅지·엉덩이·등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차를 모는 내내 편안했고, 특히 한적한 도로 위를 일정한 속도로 순항할 때 느낌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숙성도 뛰어났다. 고속 주행 시 실내로 들어올 수 있는 노면음, 풍절음 등을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참고로 23인치 휠에는 소음 제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런플랫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다.

롤스로이스 역사상 첫 전기차를 소유하려면 기본 6억2200만원이 필요하다. 롤스로이스 제품군 중 기함급 세단인 팬텀 다음으로 비싸다. 올 상반기 서울시 송파구 롯데타워에 들어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맞춤형 차량제작을 하면 팬텀에 버금가는 값을 마주할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상(왼쪽)과 23인치 휠타이어 (사진=문영재 기자)
스펙터 1열(위쪽)과 클러스터에 표시된 1회 충전 주행거리 (사진=문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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