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R의 공포' 上] 최악의 인플레···공사비 갈등에 분양가도 高高
[건설업 'R의 공포' 上] 최악의 인플레···공사비 갈등에 분양가도 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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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래 공사비 지수 25.8%, 건설자재 지수 35.6% 급등
시공사 선정 난항에 공사비 갈등 심화···분양가 상승까지
"고분양가 지속되면 수요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로 촉발된 금융 조달 환경 악화와 건설자재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분양가도 덩달아 급등해 건설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대형·중견사 구분없이 올해 수주 목표를 줄하향하며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폐업 건설사나 채무상환 위기를 겪는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현 시점에서 국내 건설 업황을 들여다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전략 및 계획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업계가 최악의 인플레이션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최근 3년간 건설 자재 가격이 35% 이상 급등하면서 건설경기는 악화일로다. 건설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속출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분양가 역시 상승해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업계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가격 변동)는 지난해 153.26(잠정치)으로, 3년 전인 2020년 말 121.80보다 25.8%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2.3%)의 2배를 넘는다.

건설자재지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는 3년 전보다 35.6% 올라 지난해 말 기준 144.2로 조사됐다.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과 시멘트가 자재값 상승에 한몫했다. 코로나19 펜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레미콘은 34.7%, 시멘트는 54.6%, 철근은 64.6% 상승했다. 

이처럼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서울 요지의 사업지에서도 사업성 확보를 위한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유찰되는 사례가 늘었다. 

실제 최근 서울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8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정작 응찰한 건설사는 없었다. 조합이 제안한 평당 공사비 810만원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평당 907만원의 높은 공사비를 제시한 서초구 신반포27차 조합도 결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응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서 유찰됐다. 

신당9구역의 경우 평당 742만원에서 840만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진행하면서까지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으나 3차까지 유찰되는 등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 역시 최근 2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평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려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잡음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대우건설은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의 원활한 재개발을 위해 공사비를 기존 2203억원에서 2714억원으로 23% 인상을 요청했다. 이에 조합 측은 공사비 인상을 수용할 수 없지만 일부 공사비의 인상은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지난달 26일 조합 측에 공사금액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2017년 처음 논의된 공사비 2조6363억원(2019년 5월 기준)에서 4조775억원(2023년 8월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약 1조4000억원이나 증액됐다. 증액분을 조합이 해결해야 하는 조합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은 또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에도 기존 3.3㎡당 539만원이던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년 새 72% 인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시공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와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수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조합 측에 요구했다.

공사비 증액에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촉진2-1구역은 시공사 GS건설이 3.3㎡당 공사비를 987만20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지난해 6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3.3㎡당 891만원을 제시한 포스코이앤씨와 시공계약을 다시 맺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높고 자금 조달 환경도 악화했는데 물가 상승까지 지속되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현장들이 여러 곳 있다"면서 "특히 올해 건설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건설업계 전반에서 시행사나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 사례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이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앞서 서초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시공사 GS건설은 지난해 최초 공사비 9352억원을 1조4000억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사 중단 우려가 커지자 조합은 1980억원을 올리는 데 합의했다. 메이플자이 분양가는 역대 최고인 3.3㎡당 평균 6691만원으로 책정됐다.

실제 분양가는 지속 상승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약 1평)당 평균 분양가는 1년 전보다 190만원 오른 1736만원으로 집계됐다. 선호도가 가장 큰 '국민평형'(전용면적 84㎡·34평형)을 기준으로 보면 1년 새 분양가가 6463만원 뛴 셈이다. 

특히 분양가 상승세가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4.1p 상승한 114.1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째 기준선(100)을 넘었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분양가는 결국 수요를 위축시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 최근 계약자들이 이탈하고 포기하는 현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들도 사업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자에 맞춰 분양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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