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R의 공포' 中]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건설사 올해 수주 목표 줄줄이 하향
[건설업 'R의 공포' 中]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건설사 올해 수주 목표 줄줄이 하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L이앤씨 22%·대우건설 13%·현대건설 11%·포스코이앤씨 10% 하향
지난해 분양 수도권 아파트 126개 단지 중 92개서 1순위 청약서 미달
대형 건설사는 플랜트와 신사업·해외수주 공략···중견은 공공공사 확대
(사진=pexels)
건설 현장 (사진=pexels)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가 올해 수주 목표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주 목표를 하향하고 있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데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 등 각종 악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현재까지 올해 경영계획을 공개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7개 건설사의 올해 총 목표 수주액은 86조2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개사가 실제 지난해 수주했던 금액 90조8256억원 보다 약 5% 감소한 규모다. 

구체적으론 DL이앤씨가 지난해 실제 수주액 14조8894억원보다 올해 목표 수주액을 약 22%가량 낮춰 잡은 11조6000억원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론 플랜트 사업 목표를 지난해 이 부문 매출(1조6183억원)과 비교해 35.9%나 높여 잡는 등 2025~2026년 플랜트 사업 실적 기여 비중을 주택 사업에 비견될 정도로 확대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액 목표를 28조9900억원으로 제시하며 모든 건설사 중에서 가장 높은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작년 수주고(32조4906억원)과 비교하면 약 10.8% 줄은 규모다. 회사는 올해 예정돼 있는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서 2~5구역 중 최소 3개 구역 이상 수주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히며 주택 목표 수주액을 지난해와 동일한 9조원대로 유지했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도 각각 수주 목표치를 -13%, -10% 하는 등 두 자릿수 이상을 낮춰 잡았다. 대우건설은 주택 산업 선별 수주 대신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수주 확대에 초점을 잡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도시정비실적 1위에 이어 올해도 재개발 수주전과 타 건설사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실적 19조2280억원보다 6.4% 적은 18조원을 수조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 수주 실적에 대한 만회가 필요하다고 밝힌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목표치를 전년 수주 대비 각각 30.6%, 43.3%, 81.2%가량 높여 잡았다. 

이 같은 수주 목표액 감소는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선별 수주를 하는 등 보수적 전략을 취하겠다는 기조 때문이다. 한 현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시공사가 받게 될 리스크는 최소 몇백억에서 몇천억 사이 규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수도권 아파트는 모두 126개 단지로, 이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92개 단지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특히 '분양 불패'로 여겨지는 서울에서도 11개 단지가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지방 시장은 전반적으로 이보다 더 청약 성적이 초라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보다 계열사 혜택이나 금융권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중견·중소건설사들도 양질 사업장을 제외한 택지는 선뜻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올해 수도권 중심 공공 택지 산업에 주력한다. 한화 건설부문도 잠실 마이스 사업과 CJ라이브시티 아레나 건설 등 기존 대형 사업을 살피며, 다른 신규 사업은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택 사업 영업 조직 내 기존 10개 이상 팀을 5개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부건설도 연초 수주 공사 모두 비주택 사업분야에서 수주하며 올해는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공공공사와 해외 인프라·산업플랜트 등 사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본청약을 앞두고 사업 전면 취소를 감행한 우미건설도 앞으론 공사비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 위주로 살피겠다고 설명했고, 대구에서 준공 후 미분양 사태를 겪은 신세계건설도 올해 신규 수주를 중단하고 미분양 물량 털어내기와 후분양 사업장 관리만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올해 주택 부문에서 계획이 잡힌 현장이 없다고 알렸다. 

줄어든 주택 산업 비중을 만회하려 해도 대형 건설사에 비해 해외 수주전에 비해 적극적일 수 없는 중견 건설사들은 대신 공공공사 발주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공공사 집행규모는 55조5000억 원으로 전년(38조1147억 원)보다 4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공공공사는 민간공사보다 기본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만큼 부동산 침체기 중견 건설사에겐 핵심 전략 수주전이 될 수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올해 주요 전략은 기존 사업장 관리와 공공공사 수주전을 집중 공략해 안정적인 재무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가 풀렸을 때 주택 산업에 다시 적극적일 수 있도록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해 놓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