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래 보고 설비 투자해도···시멘트업계, '가동률↓‧비용↑'에 울상
[초점] 미래 보고 설비 투자해도···시멘트업계, '가동률↓‧비용↑'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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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한일‧아세아 등 시멘트사 설비 투자 사활 걸었는데
설비 가동률‧생산량 감소세에 시장 규모 10% 감소 전망까지
온실가스 저감에 연간 2조원, SCR 1기 설치에만 300억원 추산
"투자 비용은 감당 어렵다···경영 환경은 갈수록 나빠져서 걱정"
쌍용C&E 동해공장 (사진=쌍용C&E 홈페이지)
쌍용C&E 동해공장 (사진=쌍용C&E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후방 산업인 시멘트업계에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실적 악화, 막대한 투자 및 운영 비용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시멘트업계가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회사들이 생산성 향상 및 정부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특히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쌍용C&E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공정기술 향상을 위해 합성수지 저장고 설치공사(105억원), 특수시멘트 생산설비 구축공사(48억원) 등 설비 투자를 완료하는 등 공정기술 및 물류환경을 위한 설비투자를 적극 진행해왔다. 

또 지난해에만 21억원, 38억원씩 각각 투입한 수세설비 설치공사(총 431억원) 및 사유화차 신규제작(157억원) 등 투자도 진행 중이다. 특히 쌍용C&E는 전세계 시멘트사 중 처음으로 탈석탄을 목표로 한다고 공언하고 2030년까지 8000억원 규모의 환경설비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일시멘트는 2021년부터 영월공장 ECO 발전 설비 설치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 소성을 위해 사용된 고온의 열 중 남은 열을 이용, 전기를 생산해 공장전력을 대체 사용하기 위한 설비다. 총 투자액은 1048억원으로, 현재까지 902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는 또 기존 순환자원부서를 'ECO 사업부'로 변경해 친환경 전반의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시장 확보 및 매출 증대 143억원 △노후 설비 교체외 보수 유지 98억원 △품질개선 9억원 △생산성‧효율개선‧에너지 저감 및  품질 향상 38억원 △환경, 안전시설 244억원 등 총 532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는 △노후설비 교체외 보수 유지(150억원) △CO2 저감 및 환경,안전 시설(450억원) △품질‧생산성‧효율개선(90억원) 등에 7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이 이처럼 설비 투자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여파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 안팎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한 건설업과 달리 시멘트 산업의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효율화 밖에 기댈 데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탄소중립 목표와 강화된 환경 규제 대응 등도 업계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 금액과 갈수록 늘어나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엔 올해 업황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단 점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시멘트시장 규모가 1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올해 상반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치산업으로 설비를 멈출 수 없는 시멘트회사의 경우 설비 가동률과 제품 생산량 감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방 산업인 건설업계 수요가 급감해 출하량이 감소하더라도 생산 설비는 계속 가동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시멘트 특성상 재고를 쌓아두기도 힘들어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란 것이다.

시멘트업체들은 대부분 내수시장에 치중하고 있는 데다 이미 시장이 포화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설비 가동률이 감소세인데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내 주요 5개 업체들의 지난해 설비 가동률은 2021년과 비교해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했다. 한일시멘트는 2021년 77.8%, 2022년 75.5%, 지난해 73.4%로,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는 78.9%, 77.2%, 76.4%로 감소세를 보였고 성신양회는 60.7%(클링커 기준)로 2021년 수준(60%)을 유지했다. 

쌍용C&E는 지난해 가동률(클링커 기준)이 85%로, 2021년(84.4%)대비 약 1%포인트(p), 2022년(82.4%)대비 3.4%p 올랐는데, 이는 2022년 설비 개·보수로 가동률이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표시멘트의 경우 지난해 클링커 및 시멘트 설비 가동률이 2021년(69.1%‧65.4%) 대비 오른 88.6%, 69.9%였는데 노후화돼 가동률이 낮았던 1, 2호기 퀼른을 철거한 영향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여기에 정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추기 위한 투자 비용은 업계에 막대한 부담이다. 업계는 202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시멘트 업체들이 연간 최대 2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2030년 온실가스 12%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 2조4000억원과 연구개발비 8000억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설치에도 한 대당 약 300억원이 필요하고 LPG, LNG 연료 사용으로 한 해 운영비만 한 대당 250억원이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은 대안 사업이 없는 데 정부 환경 규제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투자액과 운영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에는 선제적으로 친환경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대응한 업체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당장 3개년 간 설비 가동률이나 생산량은 5% 내 차이인 만큼 수치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지만, 올해부턴 건설경기 악화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환경 투자 등을 위한 비용은 늘고 있는데 실적 악화가 예상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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