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DL·SK에코 CEO 연임···건설업계 2024년 키워드는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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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 앞둔 5곳 중 4곳 수장 유임···"위기 속에 보수적 행보"
경영상 어려움 겪은 GS·대보·태영건설은 CEO·경영진 교체로 쇄신
(사진=각 사)
사진 왼쪽부터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고금리와 자잿값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악화를 겪는 건설업계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모습이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위 5개 건설사 수장 중 대부분이 연임되면서 불확실성 속에 경영 안정화에 나선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CEO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로 다가온 건설사는 △삼성물산(19일) △현대건설(25일) △DL이앤씨(22일) △포스코이앤씨(20일) △SK에코플랜트(31일) 5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4곳은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

업계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 속에서도 견고한 실적을 올린 최고경영자(CEO)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60세 퇴진룰'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해외통'으로 알려진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사업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켜냈다.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 수주액 57억9000만달러(7조4980억)를 올리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해외수주 1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역시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그룹 주요 계열사 CEO가 교체되는 가운데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역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며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하며 5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수성한 결과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부침이 많았던 DL이앤씨 역시 안정에 방점을 두고 마창민 대표의 유임을 선택했다. 다만 마 대표가 겸임하고 있던 주택사업본부장에 곽수윤 전 DL건설 대표를 앉히면서 변화를 꾀했다. 곽 본부장은 1992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약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주택사업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쪼그라든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주택사업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DL이앤씨는 이번 임원 인사 때 신규 임원 9명 가운데 4명을 주택사업본부에 배치하기도 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대신 그동안 박경일 대표 단일체제에서 재무와 투자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을 영입해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장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SK텔레콤 마케팅 부문장(COM)을 비롯해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또 2017년부터는 지주사이자 투자전문회사인 SK의 CEO를 맡았다. 장 부회장의 선임 배경에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인 부문은 지금처럼 박 대표에게 일임하는 한편, 재무는 장 부회장에게 맡긴 것이다. 

아직까지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대표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연말까지 주택사업 강자였던 현대건설과 도시정비사업 1위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누적 수주액 4조5988억원을 달성했지만 막판에 현대건설에 추월당해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두 건설사의 수주액 차이는 약 134억원에 불과했다. 

이 밖에 지난해 건설업계 불황과 안전사고 등 리스크가 불거진 탓에 경영상 책임을 지고 짐을 싼 건설사 CEO나 경영진도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위기에 몰리며 이미지 회복과 조직 쇄신에 나선 GS건설이다. 지난해 10월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10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새 CEO 자리에는 오너일가인 허윤홍 대표이사 사장이 올랐다. 

지난달 말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를 확산하고 있는 태영건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우철식 사장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취임한 지 9개월 만의 일이다. 이후 지난달에는 아들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에서 손을 뗐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일선에 복귀했다.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그룹 차원에서 경영을 지휘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보건설도 권오철 건축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10개월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해 11월 DL건설 김원태 본부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지만, 1년도 되기 전에 조기 교체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방향성이 나오진 않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어느 건설사나 예상하는 바이고 최근 PF부실 우려도 커지다보니까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변화를 꾀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런 만큼 업계도 위축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내실 강화나 경영 안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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